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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방폐장 투표, 결과에 승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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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유치경쟁 과열…부작용 걱정

그런데 방폐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가 증대되고, 방폐장 유치에 따른 지역 발전 기대감이 해당 지자체 및 주민 간 커다란 공감대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과거와 다르게 지자체들 간 과열 유치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어 그 부작용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문제의 핵심은 부재자 투표인데 경주.군산.영덕.포항(가나다 순) 등 방폐장 유치를 희망한 4개 지자체에서 주민투표를 앞두고 부재자 신고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전례 없는 높은 신고율을 보이고 있다. 경주 38.1%, 군산 39.4%, 영덕 27.5%, 포항 22.0%로 기존 부재자 신고율이 2~3%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큼 높은 수치다. 방폐장 주민투표 부재자 신고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부재자 신고 요건을 크게 완화한 데 따른 것이고 특별지원이 약속돼 있기 때문이다.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연간 85억원에 이르는 반입 수수료, 양성자 가속기 연계 추진,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지역 발전을 보장하는 경제적 지원을 법으로 제정했기 때문에 지역 발전을 희구하는 신청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따라서 역대 선거는 물론 올해 치러진 다른 주민투표 때와는 달리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환경단체와 반대단체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금권과 관권을 이용한 부정의 결과라면서 주민투표 무효화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선거운동과 투표과정에서 적지 않게 문제가 발생하지만 제도의 개선과 범법자의 처벌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선거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주민투표의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제도이기에 보완해야 할 내용들이 있겠으나 주민투표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본말이 전도되어 주민투표의 의의가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다. 성공적인 주민투표가 시행되기 위해서 선관위의 엄격하고도 철저한 단속과 함께 지자체뿐만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가 공명정대한 주민투표가 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망국적인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려는 선한 의도가 잘못 인도돼서는 안 된다.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선정되는 만큼 방폐장 주민투표의 결과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과 지자체는 페어 플레이 정신으로 흔쾌하게 그 결과에 승복하는 수준 높은 풀뿌리 민주의식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부지 선정 실패할 땐 국가적 부담

방폐장 부지 선정이 또다시 시시비비에 휘말려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해당 지자체뿐 아니라 국가적 체면 손실은 물론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귀속된다. 따라서 선관위와 정부, 그리고 각 지자체는 주민투표 이후 논란의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보다 더 철저히 감시하고 해당 지역 주민 모두 자중하여 19년간 표류하고 있는 방폐장 문제를 이번에는 기필코 해결해야 한다. 아무쪼록 이번 주민투표가 우리나라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정책 사안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모범적인 선례로 남길 기대한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 국제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