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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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기국회(119회)가 오늘 개회했다. KAL여객기 피격사건으로 국민의 이목이 여기에 집중돼 있으나 이제 금년 마지막으로 국정을 다룰 국회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수 없다.
9월 정기국회를 흔히 「예산국회」라고 부르듯이 이번 회기동안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내년 한해 나라살림의 규모와 배분을 심의하는 일이다. 이밖에도 야당쪽에서 내놓을 국회법개정안, 지방자치제실시법, 언론기본법개정안등 이른바 정치의안들과 양곡관리법개정안과 정부에서 내놓은 입법안등 1백40여건의 의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회기중에 거의 20일동안은 IPU행사로 의사일정에 공백을 가져오므로 중요한 의안이 많은데 비해 열정은 짧아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고 따라서 능률적인 운영이 요망된다.
연말 정기국회의 고정 의안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정부·여당이 금년예산 규모를 동결할 방침이고 야당쪽에서도 이에 동조하고 있어 심의에 별 장애가 없을것 같다.
그러나 국회법개정을 비롯한 이른바 정치의안을 둘러싸고서는 여야간에 이해와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예상이다. 특히 과거의 예로 미루어보아 앞으로 있을 총선거와 정치규제자에 대한 해금을 의식해서 야당측의 목소리가 높아지리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선거법이나 국회법개정 같은 경우 여당측은 상위에서의 예산심의권 부활이나 국정조사권 발동요건 완화등 야측의 요구에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야당측은 「선정치의안 타결, 후예산심의」전략까지 비치고 있어 타결의 향방을 점칠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국회가 여야 가릴것 없이 높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여 능률적으로 운영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를 「정치의 장」이라 부르는 것은 모든 문제가 정치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의미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정치가 행정과 다름은 어떤 사안의 결정과정이 어느 특정인의 기정 방침대로 일방통행적으로 행해진다는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과 지혜를 종합하여 최선의 결론을 내려가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장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충분한 대화의 필요성이 전제된다. 대화란 강변이나 요지부동한 결의를 앞세우고서는 불가능하다. 터놓고 대화하고 자기 의견을 설득시키려는 유연한 자세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당리와 당략에만 급급하면 그 유연성의 폭은 여유를 찾기 힘들겠지만 국리민복을 위한 충정으로 임한다면 최선을 찾는데 여와 야가 있을수 없을것이며 오직 지혜의 집결만이 문제일것이다. 현행법이나 제도에 잘못이나 미비점이 있다면 시한이나 회수에 구애됨이 없이 고쳐져야 할것이며, 감시해야하고 밝혀야할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이를 시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임을 의심케하는 어떤 일도 있어서는 안될것이며 그래야 국민은 국회를 외면하지 않고 신뢰하고 의지할것이 아닌가.
민정당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성숙한 국회상을 정립」하고 「조용한 국회」가 되기를 목표로 한다고한다. 민정당이 생각하는 성숙한 국회상이 다수당인 그들의 방침에 따라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하자는 뜻은 아닐줄 믿는다. 민주주의란 다수에 의한 힘의 논리가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합리요 용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소수라는 약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미리부터 자포자기해서도 안되겠지만 유권자를 의식한 강경 일변도의 자세만을 고집, 타성적인 극한 행동으로 일관하는 일도 온당치않다고 생각한다. 설득과 타협이 정치인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자세임에는 여야의 구별이 있을수 없다.
우리는 중요한 의안이 산적해있는 제119회 정기 국회가 능률적으로 운영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능률이란 쉽게만 얼버무려 신속을 기한다는 뜻이 아니고 상충과 대결로 시간을 허송하지 않고 대화와 호양으로 국민을 위한 최선의 길을 모색한다는 뜻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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