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연속극 KBS 『남매』·MBC 『간난이』|아픈 체험의 극화…공감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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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BS제1TV의 아침드라머『남매』와 MBC-TV의 『간난이』가 관심을 끈다.
매일 연속극하면 으례 웅장한 한옥을 무대로 10여명의 식구들이 자질구레한 신변잡화나 사실성 없는 난센스터치의 사건의 나열로 메워 가는 비생산적인 패턴이 현실괴리감을 주고
②착한 아내, 현숙한 며느리, 어진 어머니면서 근검절약하며 알뜰히 살아가는 주부라는 홈드라머식 여인상의 정형에 맞춘 인물설정으로 시청자에게 친근감을 주지 못하고 이렇다 할 극적 요소도 없는 얘기의 전개가 굼벵이걸음처럼 느리기만 하여 시청자의 일상생활감각에 맞지 않아 따분하다 못해 지루하고
④대개 곱게 차려 입은 주부들이 한가하게 이웃집과 전화질로 심심파적하는 것들이 생활수준이 처진 시청자들에겐 위화감을 주었다.
대충 이런 것들이 연속극의 스테레오 타이프로 굳어 재미도 없고 리얼리티도 없어 흥미를 잃게 있던 게 사실이었다.
『남매』나 『간난이』는 이런 도식을 깨고 우리가 체험했던 과거를 극화한 인간드라머라는데서 연속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우선 반갑다.
생활이 나아진 형편이면 어둡던 옛 일을 회상해 보는 것도 남의 일 같아 흥미롭다. 옛 말하고 산다는 건 이런 심리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산가족의 슬픔을 딛고 일어선 얘기를 다룬 『남매』나 6·25의 참극을 겪고 모진 고생을 이겨 유복한 생활이 펼쳐진 오늘에 와서 회고해 본다는 건 주인공과 비슷한 체험을 지닌 사람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쟁세대에겐 누구나 비슷한 신세를 겪었기에 이들 드라머의 공감대는 넓다.
더 중요한건 이들 드라머가 다큐멘터리터치라는데서 한 사람(작가)의 의식이 시청자에게 심리적폭력화할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
『간난이』에서 영구(김수용 분)의 인기와 서정감을 살린 카메라연출이 돋보이나, 설명·가능 같은 그 때 아녀자가 쓰지 않던 말은 피했으면 좋겠고 『남매』는 방송시간대가 적절하지 못한 느낌이고 배경음악이 약한 듯 싶다. 또 두 드라머가 나레이션을 더 활용했으면 좋겠다. 신규호(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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