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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방북이 남긴 것] 북한·중국 '경협 혈맹' 새 틀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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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셋째)이 2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평양 근교에 있는 대안친선유리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평양 AP=연합뉴스]

북한과 중국이 경제협력의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4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다소 소원해진 양국 관계의 외형적 복원이었다면 28~30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은 실질의 도모라는 의미가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28일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향후 북.중 관계 발전의 4원칙을 천명했다. 고위층 상호 방문 전통 지속, 협력적 내용이 담긴 교류 영역 확대, 경제무역 협력을 통한 공동 발전 모색,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공동 이익 추구 등이다.

이 가운데 '협력적 내용이 담긴 교류 영역 확대'와 '경제무역 협력을 통한 공동 발전'은 경제적 측면에 치중한 제안이라고 베이징(北京)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대북 투자 활성화, 북한 광물자원 개발 참여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후 주석은 28일 만찬사의 상당 부분을 중국 경제의 발전상에 할애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후 주석은 2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도 '경제협력'이라는 주제로 일관했다. 회담 첫머리에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조한 뒤 바로 "앞으로 중국은 국내 기업들의 대(對)북한 투자를 장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후 주석은 "경제무역 협력의 수준을 확대해 양국 협력 관계의 수준을 끌어올리자" "양국 경제무역 협력관계를 부단히 발전시키자" 등 경협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북한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방북 결과를 설명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새 단계로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중국 제안에 북측이 적극적인 호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29일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상호 이익이라는 원칙에서 양국 협력을 유력하게 추진하는 한편 우호협력 관계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중국은 후진타오의 이번 방북으로 경제협력에서 대북 관계의 핵심적 새 틀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한다)'로 맺어진 북.중 간 혈맹 관계는 92년 한.중 수교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갈등 요인이 포함된 어중간한 혈맹 관계는 중국으로서도 부담스럽다.

후 주석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실질적이면서 경제협력을 매개로 한 우호 관계'로 전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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