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봐 달라, 계파의 ㄱ자도 안 나오게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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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이 확정된 순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62) 신임 대표의 얼굴엔 미소가 없었다. 잠시 눈을 감는가 하더니 입꼬리에 힘을 주고는 전당대회장의 대의원들을 응시했다. 그런 그의 표정엔 제1야당 대표가 짊어져야 할 책임과 무게가 녹아 있었다.

 당 대표로 선출된 문 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을 하나로 단합시키는 것에서 출발하겠다”고 했다. “계파 논란을 확실히 없애겠다. 틀림없이 계파의 ‘ㄱ’자도 안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위협한 박지원 후보와 박 후보를 지지한 ‘비문재인 세력’을 향한 발언이었다. 문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와 관련해 “참배 여부로 국론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9일 현충원 참배로 그런 갈등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야당 지도부가 이·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건 처음이다. 제1야당 대표로서의 당선 소감을 선명성으로 각을 세우는 것보다 통합과 중도 쪽으로 준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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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재·보궐선거가 첫 시험대다. 공천 기준은 .

 “기준을 말씀드리긴 이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다. 근원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제도를 확립해 계파 논란과 갈등 소지를 근원적으로 없애겠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할 건가.

 “저는 우리 역사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대 정권마다 과(過)가 있지만 공로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의 공로가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공(功)이 있다. 제가 (이번 대표 경선에서) 낙선하더라도 (새 지도부가 묘역에 참배하는) 일정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저는 자랑스러운 전임 대통령을 함께 모시고, 함께 기념할 것이다. 지금까지 현충원 참배를 한 건 역대 대통령들의 묘소에도 함께 참배한 것과 마찬가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따로 참배한 건 서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파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건가.

 “당 인사와 운영에서 사심 없고, 공정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새누리당에서 개헌 문제를 꺼냈다. 개헌을 어떻게 이뤄낼 건가.

 “개헌의 화두는 분권이다. 중앙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것 못지않게 지방 분권 개헌이 중요하다. 개헌보다 더 절실한 과제는 선거제도 개편이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가 관철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연신 “지켜봐달라.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으로 당명을 바꿔 연 첫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인해 삶이 바뀐 사람이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부산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면서다. 노 전 대통령 당선 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2003년)·시민사회수석(2004년)·비서실장(2007년)을 거쳤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겪으며 정치를 멀리했다. 하지만 야당 지지자들은 그런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부산 사상)로 나서서 55%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손학규·정세균·김두관 후보를 꺾고 후보가 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18대 대선에선 48%를 득표해 박근혜 대통령(51.6%)에게 패했다. 이후 공식 활동을 자제하던 그는 지난해 8월 광화문에서 단식하던 세월호 사고 가족 김영오씨와 동조 단식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청와대 공식 반응 없어=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문 대표의 선출을 축하한다”며 “계파 갈등을 극복하고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환골탈태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민주주의와 서민 경제를 파탄 낸다면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는 문 대표의 수락연설에 대해선 “당 대표가 된 좋은 날, 제1야당의 대표로 적절치 않은 이율배반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대표도 “잘못된다는 전제로 전면전을 언급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정종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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