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축구 FA컵 32강전이 벌어진 파주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서는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핌 베르베크 국가대표팀 수석코치와 '진공청소기' 김남일(수원 삼성.사진)의 조우가 그것이다.
둘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수원시청과의 32강전을 위해 NFC를 찾은 김남일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러 온 베르베크 코치를 보자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힘있게 악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베르베크 코치는 "(23일) FC서울과 경기하는 모습을 잘 봤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몸을 만들고 있으라"며 짧지만 의미 있는 말을 건넸다.
베르베크의 말에 힘을 얻었을까. 김남일은 부상에서 회복된 뒤 두 번째 출전한 이날 경기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초반부터 예의 거친 태클로 상대 미드필더들의 기세를 제압해 나갔다. 4월 24일 전북전에서의 발가락 골절로 6개월을 허비했지만 그에게 부상의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몇 번의 깊숙한 태클이 이어지자 상대 김창겸 수원시청 감독이 벌떡 일어나 화를 내기까지 했다.
또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의 프리킥을 도맡았고, 공수에서 활발한 몸놀림을 보였다. 김남일은 후반 14분 이따마르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왔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체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아 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할 뿐 부상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라며 "조금이라도 더 뛰려는 본인의 의지가 무척 강하다"고 전했다.
경기 후 차범근 수원삼성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된 김남일과 김진우의 활약에 만족한다. 이들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 더 신나고 조직적인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들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르베크 코치는 이날 대표팀을 이끌 미드필더진으로 신예 백지훈과 조원희를 거론하며 "김남일도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해 추후 대표팀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남일의 부활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