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서 "인간성"사랑진건 옛날일 「앙드레·지드」가 살았다면 끔직한 「공중학살」을 보고 무슨말을 할까=홍 사 중 <문학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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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드 가 당초 소련을 그토록 예찬했던 것은 소련이 인간성에 보다 더한 풍요함과 위대함을 안겨주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로 하여금 소련에 대하여 환멸을 느끼게 한것은 소련이 「인간성」을 말살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는 러시아의 어느 곳에서나 인간성의 상실을 보았다. 그가 만난 러시아 사람들은 혁명전의 러시아민중이 풍겨주던 그 넘쳐흐르는 듯한 소박한 인간애를 잃고 있었다. 『매일 아침 프라우다신문은 사람들이 알고 생각하고 믿는데 알맞는다고 여기는 것만을 그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그 가르침의 범위밖에 나가는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러시아인 한사람과 말하고 있어도 마치 러시아인 전체와 얘기하고 있는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지드」는 소련이 사람들로부터 조건없는 순응을 요구하며 소련정부가 하고있는 모든것에 대하여 두말없이 찬동하기를 강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소한 항의나 비판도 최악의 징벌을 받고, 또 당장 질식되어버린다는 사실이 그를 다시없이 슬프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련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의 그 날카로운 감성과 유연한 지성을 가지고서도 소련의 정치체제가 인간성의 말살위에서만 성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한번 인간이 비판정신을 잃고 인가다운 따스한 온기를 잃으면 얼마든지 잔악해질수 있으며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를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지드」는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밥상위에 오른 파리를 잡아 죽이듯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민간항공기에 미사일을 발사할수 있던 소련의 전투기조종사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여객기안에 가득히 탄 사람들의 모습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도 그는 마치 생명없는 어느 군사목표물이라도 겨냥하듯 그의 목소리는 마냥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로보토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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