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에 대한 전문적 연구 전실|잘못된 점 지적, 방향제시 전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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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출판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나 전문적 분석이 부족하다. 이때문에 출판사들은 출판기획·편집·경영·저작권 등의 문제에 대해 참의성도 없고 뚜렷한 방향설정을 할 수 없게 되어 출판현상전체가 파행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좋은 책을 내기 어렵게 되고 독자들은 마구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서 어떤 책을 선택해야할지 고통스럽게 된다.
출판에 대한 학문적·전문적 연구의 필요성은 강조될 필요도 없다. 모든 다른 연구와 마찬가지로 출판에 대한 연구는 출판의 현시점에서의 오류를 지적해주고 앞으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지침이 된다. 이 같은 지적이나 방향지시 없이 발전은 없다. 현재의 한국출판은 이러한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기획의 안이 내지는 퇴영·중복현상▲편집의 외국모방으로 인한 참신함 부족▲덤핑 등으로 대표되는 목전의 이윤추구에만 급급한 경영등 부정적인 면모를 상당부분에서 보이고 있다.
그렇게 잘못 만들어진 책이 서점가를 횡행할 때 피해를 보는 것은 독자들이다.
『오늘과 같은 출판 풍토속에 이만큼이라도 책이 팔리는 것은 우리독자가 순진하고 아량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 출판계는 이제 안이한 태도를 버려야한다』고 말하는 한 출판인의 자생은 절실하게 느껴진다.
출판에 대한 연구와 발표는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선택하게 할 수 있는 인식을 갖게 해주기 때문에 독자들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출판연구는 걸음마 단계. 학문적인 연구를 하는 곳으로는 중앙대학교신문방송학과 뿐이다.
이 신문방송학파에 출판·잡지전공과정이 있고 38명이 석사과정을 밟고있다. 그러나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지금까지 4명밖에 없다는 것이 말해주는 것처럼 출판·잡지연구는 초보단계이며 강의하는 사람도 학문적인 연구를 한 사람이 아니고 출판계에 오래 있어 경험을 쌓은 사람이거나 출판계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온 사람 정도다.
아직 어떤 커리큘럼을 가져야할지도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최근들어 출판연구를 하겠다는 열은 높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한양대에서 출판학과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고, 신구전문대·혜전전문대도 출판학과를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간단체로는 출판학회(회장 안춘량)가 만들어져 있다. 「출판학연구」라는 책을 내고있고 최근에는 매주 발표회를 갖는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다.
이제 싹이 트기 시작한 출판연구를 더욱 활성화할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출판인들 스스로가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접·간접으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다. 출판에 대한 연구만이 좋은 책이 나오게 하는 첩경이며 이를통해 독자층이 넓힐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세계적 기업들이 연구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각 분야에서 각종 연구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유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그런점에서 출판문화협회가 출판연구소 설립을 규정해놓고 차일피일하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여기서 일본의 경우를 드는 것은 안타깝다. 일본에서 1년에 5백편 가까이 출판관계 논문이 나오는 것은 일본출판계의 지원에 힘입은 것이다.
에디터스쿨·점원·판매원양성교육도 시킨다.
주먹구구식으로 출판이 발전할 수 없다는 깨닮음의 소산이다.
출판이론확림온 시급하다. 기획을 예로 들자. 새로 나온 책은 적어도 먼저 나온 책보다 한 걸음 앞서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판기획에 대한 연구·자료정리가 되어야한다. 그것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부끄럽없이 비슷하거나 뒤진 책을 내놓는다. 터무니없는 오역에 대한 지적이 없기 때문에 마구잡이 번역이 판을 친다.
출판연구가 출판계와 독자를 함께 육성한다는 인식아래 출판연구가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출판계 당면과제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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