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제조업 '찬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은행 대출이 부동산.유통 등 비제조업으로 몰리고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에서 제조업 비중은 199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16일 지난 3월 말 현재 제조업 대출은 지난해 말에 비해 4조9천억원(4.9%) 증가한 1백6조3천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비제조업 대출은 12조1천억원(8.1%) 늘어난 1백6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은행의 전체 산업대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9.9%로 지난해 말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한은 통화금융통계팀 박승환 과장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수요도 줄었다"며 "특히 음식료.목재.종이 등 사양 산업으로 꼽히는 부문에서 대출 수요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산업구조가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바뀌고 있는 데다▶대형 제조업체들이 은행에 가지 않고 회사채.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제조업 대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서비스업에 대한 대출은 지난 1분기에 9조2천억원(8.7%) 늘어났다. 서비스업이 전체 은행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3월 말 43.3%로 전년 말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경기 호황의 영향으로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이 2조8천억원(15.5%) 증가했으며, 식당.여관.소매점 등을 차리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소매.음식.숙박업에 대한 대출도 3조3천억원(7.3%) 늘어났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