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소재보다 가볍고 50% 단단 … 티타늄값 10분의1 철강재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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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철강소재를 개발한 포스텍 철강 대학원의 김한수 교수(오른쪽)과 김상헌 박사과정 연구원. [사진 포스텍]

철과 알루미늄을 합하면 무게는 가벼워지지만 잘 부러진다. 이런 문제점을 거꾸로 이용해 기존 제품보다 훨씬 강력한 철강소재를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스텍 철강대학원 김낙준·김한수 교수와 김상헌 박사과정 연구원은 철과 알루미늄의 ‘금속간 화합물(intermetallic compound)’을 이용해 강도와 연성(가늘고 길게 늘어나는 성질)이 뛰어나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철강(저비중강·low-density steel)을 개발했다고 4일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연구 결과를 4일자(현지시간) 네이처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성과를 활용하면 강도가 높으면서도 가벼운 철강 소재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는 알루미늄 합금과 같은 경량합금의 사용을 늘려왔다. 자동차 연비를 높이기 위해 비중은 낮으면서도 강도는 높은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비중을 줄이기 위해 철강 속에 알루미늄의 양을 늘리면 금속간 화합물이 생기고, 이로 인해 충격을 받으면 쉽게 부러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신소재(왼쪽)와 티타늄 합금을 저울에 올려 비교한 모습. 동전 모양의 신소재 두 개가 같은 모양과 크기의 티타늄 세 개와 무게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포스텍]

 김 교수팀은 역발상을 했다. 금속간 화합물을 아주 작은 크기, 즉 수십~수백 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크기로 만들어 합금에 골고루 퍼지게 했다. 그러자 강도 강화에 방해가 됐던 금속간 화합물이 오히려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게 확인됐다.

 이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소재는 기존의 저비중강 소재에 비해 강도는 50% 이상 뛰어나고 연성도 좋아졌다. 특히 신소재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티타늄과 비교하면 비강도(比强度)는 비슷하면서도 2배 이상 잘 늘어난다. 비강도는 강도를 그 합금의 비중으로 나눈 수치로서 어떤 합금이 얼마나 가벼우면서도 튼튼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게다가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가격이 티타늄의 10분의 1 이하여서 경제성도 갖췄다.

 김한수 교수는 “기존 철강 제조 설비를 활용해 이번 신소재를 만들 수 있어 별도의 설비투자가 안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며 “이번 합금 설계 개념을 응용하면 또 다른 합금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금속간 화합물=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구성 원소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합쳐진 상태. 불규칙하게 무작위로 섞여 있는 혼합물인 합금과 달리 변형시 쉽게 부러지는 성질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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