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때 피해본 여인, 수기통장에 또 끼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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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돈에 얽힌 이야기는 항상 홍미롭다.이번상은의수기통장신고에서도 풍성한 화제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26일 하오그전날과 전전날에 이어거듭 은행협회에 모습을 나타낸 어느중년 부인은 5개의 인감과 5개의 통장, 5개의 주민등록등븐,5개의 위임장을 한뭉치들고왔다.
이 부인은 애초 중개인 「양씨아줌마」 의 소개로 자신의 예금을 상은혜화동지점에 맡져보았더니 재미가 괜찮아 자기스스로 주변의 친지 5명을 설득,5천만원씩의정기예금을 주선해주었었다.
돈을 들고가 예금하고통장을 만들고 웃돈을 다시 건네주는 귀찮은 심부름까지 자청했다.물론한 사람당 단돈 「5만원」씩의 수고비를 뗐지만.
명성사건이 발표되면서이부인은 『돈을 다시 찾아오라』는 성화에 시달렸고 결국 통장을 신고하고 돈을 다시 찾아야하는 귀찮은 심부름을 또한번 맡지 않을수없게 됐다.
『돈 5만원씩 받은 죄밖에 없다』 고 볼이 멘이 부인은 지난해에도 역시 중개인 양씨 아줌마의 권유로 공영토건 CP2천만원어치를 샀다가 법정관리결정으로 오는 2천년대에나 원금을 돌려받게된 불운(?)의 투자가였다.
『5만원씩 받은것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어야하느냐』 고 애가 탄 이 부인은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던 살이 요즘 하루에 2∼3㎏씩 빠진다』고 푸념했다.
○…『이곳에서 또 만나는군요』돈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져있는 모양.
신고접수처에 와서 서로 다시 만나게 되는 낯익은 얼굴들도있다.
이들은 대부분 명동주변의 다방, 증권사 객장,단자사 창구등에서 처음낯을 익힌후 상은혜화동지점에서 다시 만났다가이번에 은행협회에서까지얼굴을 맞대게된 겸연쩍은 사이들이었다.
○…이들이 모이는곳은 대개 정해져 있었다.
신고서양식에 적힌 다방이름들로는 서울명동의외교다방,사보이호텔 코피솝,서린호텔코피숍,혜화동의 백조다방·태극당등이가장많이 눈에 띄었다.
○…1천6백86명의 수기통장 신고자중 갖가지기록을 찾아보면-.
한사람당 통장수가 많기로는 지난27일 한꺼번에 20개의 통장을 대리인올통해 보내온 H씨가 으뜸.
H씨는 예금액부분에서는 14억2천만원으로 수위를 지켰다.
가장 먼곳에서온 예금주는 미국뉴욕거주 교포인S여인 (37). S여인은 비교적 서울에 자주 들르는편이라 이번 신고에도 큰불편은 없었다.
가장 최근 상은 혜화동지점에 예금을 했던 사람은 지난1일 5천만원의3개월 정기예금으로 첫거래를 텄던 대구의 조모노인 (화). 8월1일이라면 명성에 대한 세무사찰이강화되고 국세청의 중간발표가 나온 날이었다.
○…29일 하오 늦게 16개의 통장을 제시하고 9억원의 예금을 신고한 K모 할머니는 접수받는 국세청직원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 이름을 듣고있던 강원도철원지방의 만석꾼.K할머니는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국세청직원의 물음에도 꼭 필요한 최소한의 답변만을 하는 극단적인 「절제형」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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