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로비」비법은 "돈보따리"|침통한 교통·건설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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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명성그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그동안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던 시민들은 윤자중전교통장관의 거액뇌물수수에 놀라는 표정이었고 『지금까지의 정화운동이 소용이 없었던게 아니냐』고 분개하기도했다. 시민들은 인·허가 및 공무원관련부분에 대한 수사에는 수긍하는 눈치였으나 일부에서는 좀더 명쾌하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음식점과 다방마다 명성발표이야기로 화제가 되었으며 교통부와 건설부 등 관계부처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명성그룹은 콘더미니엄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명소에도 건설, 세계적인 체인을 형성한다는 구실아래 l차로 피지정부와 합작을 추진해 피지에 7백여만평의 콘더건설용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위해 김철호회장이 지난2월 피지를 방문했고 피지정부의 관계각료를 3월중 한국에 초청, 합작계약에 서명하기도 했다.

<검찰>
지난17일 구속된 김철호회장과 김동겸대리를 제외한 윤자중씨 둥 나머지 16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28일 상오1시 중앙수사부2과장 이원생부장검사가 청구, 서울형사지법 안우만수석부장판사에 의해 일괄 발부됐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차트까지 준비, 안부장판사집으로 직접 찾아가 개략적인 설명을 곁들였다는 것.
수사검사와 출입기자단과의 합동회견중 수사검사들 간에는 김철호회장에 대한평가에서 서로 엇갈려 은행계를 수사했던 팀들은 『지극히 교활하고 허황된 인물』이라고 평하는 반면 인·허가 등의 수사를 맡았던 팀은 『언변과 수단이 좋고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사업안목을 가진 인물』로 평가.
일문일답은 장장 5시간동안 계속되어 하오10시30분부터 5분간은 휴식을 취했다.
휴식 후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날카로와지자 김두희 중앙수사부장은 『원색적인 표현을 삼가달라』고 정색, 기자들이 수군대자 『대접이 소홀한 것 같아 그런 모양인데 먹을 것 좀 가져오라』며 순간적으로 경색된 분위기를 바꾸기도.

<건설부>
건설부는 지난20일 연행돼 조사를 받던 3명이 끝내 구속되자 『남의일 같지 않다』며 착찹한 표정들.
지난20일 전-현직 국토계획국장·토지이용계획과장·관련 사무관 2명 등이 조사받으러 갈 때 만해도 건설부는 그들이 참고인으로 간 것이라며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노시학토지이용계획과장은 취임한지 1년밖에 안돼 법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결국 구속되자 모두들 의외라는 반응들.
건설부고위당국자는 『국토계획국은 소위 음지여서 부조리의 소지가 없는 곳인 줄 알았는데도 결국 3명이나 구속됐다. 앞으로 이해가 엇갈리는 정책결정에 대해서는 좀더 철저히 체크해야겠다』고 침통하게 말했다.

<유공>
윤자중사장의 돌연한 경질때 의아해했던 무역진흥공사 직원들은 검찰의 발표가 있자 경질이유가 수긍이 간다는 표정.
직원들은 윤씨가 받은 뇌물액수가 엄청난데 대해 놀라옴을 감추지 못하며 『청렴하기로 이름났던 그분이 그럴수가 있느냐』고 못미더워했다.

<교통부>
윤자중전장관과 성기룡관광국장·2명의 과장 등 4명의 관련자가 구속된 교통부는 충격속에 침통한 분위기.
이희성장관이 한일각료회담참석차 28일 출국, 부재중인 가운데 간부들은 일요일인 28일에도 청사에 나와 정보를 수집하고 의견읕 나누는 모습이었고 문책범위가 확인된 29일아침엔 이웅수차관 방에서 모여 대책을 숙의.
27일 윤자중전장관이 무역진흥공사사장직에서 전격 해임될 때 「감」을 잡았지만 막상 구속에까지 이르자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5월부터 골프장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관광국은 이번 사건으로 간부진의 태반이 구속돼 업무가 마비된 상태인데 한직원은 『교통부가 너무 힘이 없는 것 같다』고 의미있는 푸념을 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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