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두 주부가 고입·대입 검정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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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춘성]올해 서울시교위가 실시한 고입·대입검정고시에서 50대 주부2명이 나란히 최고렁으로 합격해 화제.
아들·딸뻘 되는 수험생들과 실력을 겨뤄 어려운 관문을 뚫은 화제의 두 주부는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조성희씨(54·서울하월곡2동51의19)와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 김성희씨 (51·서울아현2동660의10)
지난3일 발표된 중입 검겅고시 합격자 중에서 평균점수 84점을 얻어 최고렁 합격의 영광을 안은 조씨는 불과 20일만인 23일 발표된 고입검정고시 합격자 가운데서도 80.1점을 따내 당당히 합격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이 하도 공부를 하지 않아 본인이 솔선수범, 자극을 주기위해 공부를 시작했다』는 조씨는 낮에는 S학원에 나가 강의를 듣고 저녁때엔 계란 행상을 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었고 집에 돌아오면 아들과 함께 서로 도우며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4년전 시계방을 경영하던 남편을 여의고 세자녀를 행상과 품팔이등으로 혼자 길러온 조씨는 고향인 함남북청에서 국민학교를 중퇴했다. 국민학교마저 중퇴한 주부가 50줄에 접어들어 중·고 과정을 그것도 독학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일. 그러나 조씨는 오로지 아들의 공부를 채찍질하는 일념으로 스스로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고입 검겅고시 과목은 수학·사회·과학·영어·도덕·국사(이상 필수)와 음악·미술· 체육·한문중 택1, 가정(여자)과 가사(여자)등 모두 9과목. 조씨는 이중 영어과목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지난3일 조씨가 중입 검정고시에 합격했을 때는 아들·딸뻘 되는 학원의 급우 7O여명이눈물을 글썽이며 환호하기도 했었다.
학원의 담임인 지대식 강사(38)는 『조씨가 상오6시면 학원에 나와 자습을 하고 하오3시수업이 끝난뒤에도 6시까지 자습을 하는등 지극한 노력파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대입 검정고시에서 평균 71.5점을 얻어 최고령 합격자가 된 김성희씨는 『31년만에책을 잡았지만 「하면된다」는 신념으로 공부를 계속한 것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며 활싹 웃었다.
김씨는 앞으로도 대학과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 보다 철저한 일본연구를 통해 극일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과목중 수학이 가장 힘들었으나 집에서 공부할 때는 막내아들 흥규군 (23·숭전대 기계공학과3년)과 큰며느리(28)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현재 서울 종로2가에서 일본어 교습소를 경영,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는 김씨는지난해 가을 K검정고시학원 9개월반에 입학, 강의를 들어왔다. 그러나 4월에 있었던 1차시험에서는 실패하고 두번째 도전에서 뜻을 이뤘다. 15년전 남편을 여의었지만 4남을 모두 훌륭히 키워 3남 최창귀씨(24·서울대법학과졸)는 지난해 사법시험에 합격, 현재는 군복무중.『늦었기는 하지만 기필코 대학을 나와 남은 인생을 문학 활동을 하며 지내고싶다』는 김씨는 『대입학력고사에 대비,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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