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역 정차 논란 … 갈등 커지는 호남선KT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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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는 4월 호남고속철도(KTX) 개통을 앞두고 대전과 호남권 사이의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루 82편 중 몇 차례나 서대전역에 정차할 것인가를 놓고서다. 호남은 서대전역 정차가 아예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대전은 호남KTX의 50%가 서대전역을 지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쪽 시장·도지사와 시민단체 등은 연일 성명서를 내고 집회를 여는 한편 국토교통부 고위층을 만나 각자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송하진 전북지사는 3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호남KTX가 서대전을 경유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대전역을 거치면 서울에서 광주광역시까지 2시간20분이 걸려 고속철로서의 효과가 없다”고도 했다. 전날에는 전주·익산·남원 등 전북 지역 5개시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전은 시민들이 맞불을 놨다. 시민 1000여 명이 3일 오후 대전역에서 집회를 열고 “호남선역 가운데 서울 용산역에 이어 둘째로 이용객이 많은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 것은 대전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호남이 서대전역 경유에 반대하는 이유는 서대전역을 지나려면 회덕 분기점에서 익산까지 전용선이 아닌 옛 선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용선으로 계속 달리면 용산에서 광주송정역까지 1시간33분이 걸리는 반면 서대전역을 거치면 2시간16분으로 43분을 더 달려야 한다. “저속철”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대전시민들은 현실적으로 이용객이 많은 서대전역에 KTX가 많이 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이 하루 82편 중 18편이 서대전역을 거치도록 한다는 계획을 마련했지만 이보다 훨씬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대전시민들의 주장이다.

 국토부 손병석 철도국장은 “여론을 수렴해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서대전역 정차 횟수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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