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버리고 내실을 택한 다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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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미국 프로야구 LA다저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연봉총액 2위였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고도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며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실패를 경험한 다저스는 변화를 선택했다. 화려함을 버리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파르한 자이디 단장이 취임한 다저스는 외야수 맷 켐프(31·샌디에이고)와 2루수 디 고든(27·마이애미)을 트레이드로 떠나 보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핸리 라미레스(32·보스턴)도 잡지 않았다. 켐프는 2009년과 2011년 실버슬러거상을 받은 강타자다. 고든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도루왕. 라미레스는 MLB 유격수 중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보유한 선수다. 그렇지만 다저스는 미련없이 이들을 내보냈다.

대신 다저스는 유격수 지미 롤린스(37)와 2루수 하위 켄드릭(32)을 영입했다. 롤린스는 라미레스보다 방망이 실력이 떨어지지만 골드글러브(해당 포지션에서 가장 수비가 좋은 선수가 받는 상)를 4번이나 받았다. 롤린스는 사회공헌에 앞장선 선수에게 수여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받았을 정도로 인성도 뛰어나다. 켄드릭 역시 준수한 타격에 수비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다. 공격력은 포기했지만 '방패'는 더욱 견고해졌다.

다저스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 현지의 반응은 우호적인 편이다. 미국 야구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오프시즌 선수 이적 상황을 매일 반영해 30개 구단의 순위를 예측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3일 현재(한국시간) 다저스가 97승 65패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버스터 올니도 다저스의 전력을 메이저리그 전체 2위로 평가했다. '클레이턴 커쇼(27)-잭 그레인키(32)-류현진(28)의 강력한 선발진이 있는데다 수비력이 보강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류현진 입장에서도 현재 상황은 나쁘지 않다.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탄탄한 수비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ESPN이 발표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수비력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이 매체는 '2루수 경험이 부족했던 고든이 트레이드됐고 켄드릭이 들어왔다. 수비가 약한 핸리 라미레즈가 떠난 자리는 지미 롤린스가 채웠다'고 평가했다. '환골탈태'한 다저스가 27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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