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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멧돼지… 이번엔 창경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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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일 서울 광장동에 멧돼지가 출현한 지 닷새 만에 서울 도심에 야생 멧돼지가 또 나타났다.

24일 오전 11시10분쯤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경궁 내 야산에 나타난 이 멧돼지는 창경궁 관리사무소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과 대한수렵관리협회 소속 사냥꾼 등 30여 명에게 추격당한 끝에 24분 만에 붙잡혀 도살됐다. 이 멧돼지는 몸무게 200㎏, 길이 150㎝가량이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멧돼지를 발견하자마자 300여 명의 관람객을 정문 밖으로 긴급 대피시켰고, 멧돼지가 빨리 잡혀 인명이나 문화재 피해는 없었다. 죽은 멧돼지는 이날 오후 대한수렵관리협회에 넘겨졌으며, 협회 측은 이를 폐기 처분할 예정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근교 야산에 살던 야생 멧돼지가 북한산 자락을 타고 인근 창덕궁과 이어진 야산을 통해 창경궁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일에는 인근 창덕궁 내 야산에서 멧돼지 흔적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발견되기도 했다.

?왜 자주 나타나나=동물 전문가들은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생존경쟁이 심해진 멧돼지가 먹이를 찾기 위해 도심에 자주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랑이나 곰 같은 천적이 사라지면서 야생 멧돼지의 개체 수가 늘어나자 경쟁에서 밀려난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도심까지 내려온다는 것이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최성규 사무국장은 "경기도 가평군이나 남양주시 등 서울 근교 지역의 야산에 서식 중인 멧돼지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영역 싸움에서 밀려 굶주린 멧돼지들이 상대적으로 먹이가 많은 도심 쪽으로 이동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멧돼지의 출현이 계절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건국대 이일범(수의학과) 교수는 "가을 수확기를 맞아 야산에서 멧돼지가 즐겨 먹는 고구마 줄기 등이 사라지자 먹이가 많은 민가를 찾아 이동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길을 잃은 멧돼지가 큰 길을 따라 이동하다 도심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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