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서 '강 교수 파문'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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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원들은 "정권이 '꼴통 좌파'를 비호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해찬 총리는 "의도를 가지고 국민을 호도한다"고 맞섰다. 야당이 수사 지휘권 행사의 부당성을 비판하자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인권이라는) 자유민주적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되받았다. 열린우리당도 "박근혜 대표의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한 색깔 공세"라고 엄호 사격에 나섰다. 단상의 공방은 불을 뿜었지만 의석은 썰렁했다. 여야 각 30~40명만 의석을 지켰다.

◆ 이해찬.안택수 '설전 2라운드'=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적화는 이미 됐고 통일만 남았다'는 우파 지식인의 탄식이 회자되고 있다"며 "이 정부의 정체성은 친북 좌파냐"고 공격했다. 이 총리는 "지금 인도네시아 의원도 방청하고 있는데,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창피하다"고 쏘아붙였다. 야당 의석에선 "(외국 의원) 다 나갔어"라는 야유가 터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대정부질문에서도 악연을 맺었다. 당시 안 의원은 "총리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퇴보한다'는 발언을 사과하라"고 했다. 이 총리는 "한나라당은 차떼기한 당인데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하느냐"고 맞받았다. 국회는 곧바로 파행됐다.

이번에도 이 총리가 냉소적 반응을 보이자 안 의원은 "총리의 답변이 오만방자하다. 진지하게 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리는 "자세히 대답하면 국민을 이간시키는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제가 그렇게 경험 없고 미숙한 총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안 의원은 "아직도 한나라당이 나쁜 당이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알아서 판단하시라"고 했다. 안 의원은 "열린우리당도 '티코 차떼기당' 아니냐"고 비꼬았다. 이 총리는 "(야당이) 색깔론 많이 이용했으니, 이제 그 정도 하라"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 공수 뒤바뀐 천정배.장윤석=검사 출신의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천 장관을 향해 "의원 시절인 1996년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 법안을 발의해 놓고 9년 만에 소신을 바꾼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천 장관은 "당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결정이 어떤 검사에 의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논리로 12.12와 5.18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 책임자 중 한 명이 서울지검 공안1부장이던 장 의원이다. 장 의원은 천 장관의 역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천 장관은 법치주의.인권의 화신이고, 대한민국 검찰은 천부당 만부당한 사람들이냐"고 재차 공격했다. 천 장관은 "장관과 검찰을 이간질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천 장관은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검찰 스스로 진상을 규명할 용의가 없느냐"고 묻자 "검찰의 과거사 정리 대상 사건의 하나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소속 유필우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인권을 보호한 것은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사회가 혼란스러워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개헌, 불법 도청 문제도 제기했다. 민병두(열린우리당).권철현(한나라당) 의원은 개헌을 위한 국회 특위 설치를 주장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주장도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의 정부 불법 도청의 최대 수혜자는 노무현 정권"이라고 공격했다.

김선하.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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