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파격 수용, 빠른 결정 … 시진핑 리더십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이 실시한 2015년 영향력 있는 리더십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40%의 전문가들이 시 주석을 선택해 26%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16%를 차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앞질렀다. 시 주석과 같은 태자당(혁명 원로 출신의 자제) 출신인 친샤오(秦曉·68) 전 공상은행 이사장은 지난달 9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시 주석은 결정을 내리면 반드시 실행한다”며 “그러나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외국 전문가의 자문도 마다하지 않는 등 열린 자세로 경청한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리더십의 핵심을 실행력·경청·결단력으로 꼽은 것이다.

 ‘경청 리더십’은 일본의 경제 주간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최근 온라인판에서 여덟 가지로 정리한 시진핑 리더십 중 첫번째 특징으로 꼽혔다. 2012년2월 국가 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은 조 바이든 미 부통령에게 정치인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물으며 조언을 청했다. 칼럼니스트 가토 요시카즈(加藤嘉一)는 “시진핑은 의견을 말하는 쾌감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인내에 가치를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둘째, 선례를 타파하는 ‘파괴 리더십’이다. 시 주석은 정치국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불상상위(刑不上常委)’란 불문율을 깨고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당적을 박탈하고 사법기관에 넘겼다. 2009년 12월 국가 부주석 신분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는 최소 한 달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궁내청 관례를 깨고 2주 만에 일왕 접견을 실현시켰다.

 셋째, 과감한 발언이다. 2013년 3월 주석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서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우리는 왠지 비슷하다”며 속내를 터놨다. 서구 여론이 중·러의 전략적 접근을 우려하던 때다. 순간 중국 외교관과 기자들은 놀랐지만 시 주석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넷째, 강한 장악력이다. 당 총서기·국가주석·군사위 주석 외에 중앙개혁심화영도소조, 국가안전위원회, 인터넷안전·정보화소조, 국방·군대개혁소조를 신설해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켰고, 기존 총리 관할의 재경영도소조까지 장악했다.

 다섯째, 최후 결정은 적시(適時)에 스스로 결단한다. “책상을 내리치듯 결정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한다. 이렇게 결정되었으니 남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만든다.” 가토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내부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결단력이 시 주석이 호랑이(고위직 부패 공직자)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여섯째, 위험을 감내한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은 중국의 민족주의 여론을 고려할 때 시 주석에게 모험이었다. 일곱째,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다. 시 주석은 해외 순방시 넥타이 색상, 원고 준비 여부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고 중국 외교부 관료가 토로할 정도다. 여덟째, 공산당에 대한 절대적 충성이다. 그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지식인을 탄압하지만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지는 않고 국민 여론을 활용해 공산당의 지배에 중점을 둔다.

 시 주석이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그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점은 그의 리더십의 한계라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그의 권력 독점은 권력에서 소외된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분출하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언제까지 공권력으로 억누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신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