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설」이 나도는데… 1차해금직후에 움트기 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추가해금이 목전의 큰 관실사가 되고있는 가운데 오래전부터 막연히 떠돌던 조기총선설이 최근 부쩍 신빙성이 있는것처럼 퍼지고있어 여야의원과 정치지망생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소문의 내용이란 국회의원선거법(제96조)상 84년10월부터 85년3월사이에 실시할수있는 12대국회의원 선거를 최대한 앞당겨 내년10월, 11월에 실시하거나 아니면 헌법제57조에 따라 대통령이 행사할수있는 국회해산권을 발동, 금년정기국회(9월20일∼12월18일)를 고비로 11대국회를 해산한 다음 내년봄에 선거를 실시한다는 것. 이중 내년10월 실시는 단순히 법정기일내의 택일에 관한 사항이므로 엄격히 말해 「조기」라는 표현이 적합치 않다. 때문에 정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조기총선이란 국회해산을 전제로 한 총선을 의미한다.
조기총선거설은 금년초 1차해금직후 해금자를 중심으로한 재야에서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그후 한동안 잠잠해졌다가 김영삼씨 단식사건으로 인한 장외정치의 발흥과 이에 영향을 받은 민한당의 동요가 6월임시국회의 공한으로 치닫자 세의 농도가 더욱 짙어졌고 이윽고 민정당의 덕유산수련대회를 계기로 정치인들간에 내놓고 하는 화젯거리가 되었다.
여야의원-정치지망생 긴장
여야간에 핑퐁식으로 오가며 커져온 세의 등장배경은 우선 정부·여당이 기본적으로 현재의 여야진용으로는 재야의 기맥을 차단하면서 정치를 제5공화국의 지향목표대로 이끌어가기가 힘들다는 판단을 굳혀가고 있지않느냐는데 근거하고 있다.
민정당지도부는 6월임시국회 공전직후 이번 국회운영과정과 대야관계에 관해 냉정한 자체평가를 한것으로 알려졌다.
그결론은△김영삼씨 단식사건으로 야기된 장외정치의 장내수렴이라는 당초의 목표가 실패했고△지금까지 다소간 유지돼온 여야간의 신뢰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으며△앞으로도 선보장요구등 구태의 여야협상에는 불응한다는 민정당의 원칙이 고수되는한 국회운영이 더욱 어려워질것이라는 점이다.
이같이 점차 어려워가는 정국추이와 관련, 민정당내에는 여당의 인재난, 야당의 지도력부족및 일부의원들의 자질문제를 비판하는 소리가 줄곧있어왔다.
민정당은 새정치의 정착, 선진조국창조, 정권을 생산하는 정당등 거창한 슬로건에 비해 스스로 인적 바탕의 빈곤을 느껴왔다. 또 야당에 대해서도 1차해금이후 재야쪽에서 바람이 일자 몸가짐이 흔들리고, 리더십이 발휘되지않는등 새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불만스러워하고있다.
야당의 이런 변화는 곧 추가해금이 되어 현역들 보다 훨씬 경험이 많고 목소리가 큰 구정치인들이 대거 정치무대에 복귀, 경쟁적으로 높은 소리를 낼때 결과적으로 해금폭만큼 선명경쟁이 가열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낳고있다.
정기국회란 장이 선 가운데 10월에 IPU (국제의회연맹) 총회가 열리고 「레이건」미대통령이 방한(11월)한다면, 자칫 재야의 목청에 야당이 말려들어 정국이 혼미해질 소지는 부정하기 힘들다.

<해금후의 정국 혼미 우려>
야당과 재야가 정국을 복잡하게 휘몰아갈때 정부와 민정당이 과연 임기만료때까지 참겠느냐는것이 조기총선설의 핵심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조기총선설을 대통령의 강력한 통치체제 확립과 연관시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88년2월에 끝나는데 비해 13대국회의 임기는 89년4월10일에 끝나게 되어있어 대통령이 13대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제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조기선거를 해야 13대공천권을 대통령이 쥐고 12대국회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갈수있게 된다는 해석이다.
정부·여당의 주장대로『해금은 정지발전과 정치안정에 기여해야한다』는 명분이 관철되는한 추가해금자들이 나름대로의 「전적」 (?) 을 쌓을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추가해금이 앞당겨지면 총선도 그만큼 빨라질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최근 민정당이 보이고 있는 범상치않은 움직임들에서 조기총선을 추론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민정당움직임에 주목>
민정당은 금년들어 두달 간격으로 지구당개편대회·전당대회·중앙위원전체회의·덕유산수련대회등 몇백 몇천명의 당원을 동원하는 대규모 행사를 치러왔고 10월에는 1천여명이 모이는 후원회총회가 계획되어 있다.
특히 덕유산수련대회는 당내의 적잖은 비판의 눈에도 불구하고 강행됐고 나아가 각 지구당별로 확산돼 야당쪽에서는 선거전야를 방불케 한다는 아우성까지 나왔다.
6월임시국회직후 의원총회에서 권익현사무총장이 소속국회의원들에게 정기국회개회때까지 지역구에서 활동할것을 당명으로 지시한점과 최근 주영복내무장관이 시장·군수등 기관장은한자리에 최소 2년은 근무하게 하겠다고 말한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을 받고있다.
이밖에 정부쪽에서 평통자문위원에 대한 대우격상을 들고 나오고 있는것도 조기총선과 결부시키는 견해도있다.
그러나 이런 조기선거설이 확고한 정부·여당의 방침이라기 보다는 추가해금등 앞으로 정국과 관련, 야당및 재야에 대해 엄포 또는 경고용으로 나도는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우선 국회를 해산하는데는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명분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조기」의 목적은 달성할지 모르나 「선거」의 성과는 거둘수 없기 때문이다. 2차 해금후의 정국이 현재 여야관계에 다소 더 경화는 가져올지 모르나 국회해산의 명분으로까지 삼기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11대 국회가 과거국회에 비해 많이 달라진데는 이견이 없고 현재야당의 면면으로 보아 강경대치→정국불안의 구태를 되풀이 하지는 않을것이라는게 오히려 상식에 가깝기때문이다.

<해금후 「설」모양 나타날듯>
또 국회해산을 통해 선거를 앞당기더라도 득표면에서 여당에게 유리하다는 보장이 있는것도 아니다. 민정당은 극도의 혼란뒤에 많은 지정치인을 묶어놓고 치른 11대선거보다 프로정치인이 재등장하고 그간의 공과를 엄격히 심판받아야할 12대 선거가 훨씬 힘겨울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다.
이런점에 비추어보면 조기총선설은 정기국회를 무난히 넘기고 해금후 무성해질 장외정치에 대한 야당의 의연한 대응자세를 촉구하는 여권의 고연원적 전략이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따라서 조기총선설은 기정방침이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별고(?)냐가 반드시 명확한것은 아니나 오는 정기국회등 추가해금후 정국이 「설」의 모양을 더욱 구상화할것으로 보인다. <전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