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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트래포드서 빛난 '태극듀오'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 프리미어리그에서 태극듀오가 환한 빛을 발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2호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28.토튼햄 핫스퍼)는 23일 밤(한국시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한국축구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태극듀오가 빅 리그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 순간 국내 팬들은 밤잠을 설치며 설레는 마음으로 두 선수를 동시에 응원했다.

지난해 PSV에인트호벤 소속이던 박지성-이영표와 페예노르트에서 뛰던 송종국(수원)이 네덜란드에서 맞붙었지만 프리미어리그 맞대결은 차원이 달랐다. 현지 중계화면에 한국 취재진이 잡히는 등 '코리언 더비'의 관심도 남달랐다.

박지성은 스리톱 왼쪽, 이영표는 왼쪽 윙백을 맡았다. 박지성이 오른쪽에 섰다면 태극듀오가 직접 마주칠 가능성이 컸지만 아쉽게도 서로 볼을 다투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태극듀오는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각자 팀에서 공수의 주축으로 제몫을 해냈다.

이영표는 전반 3분 볼을 인터셉트해 공격을 전개했고 전반 15분에는 전매특허인 헛다리짚기로 왼쪽 측면을 돌파해 페널티킥을 얻어낼 뻔 했다. 엔드라인 쪽을 완전히 돌파한 뒤 필립 바슬리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으나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영표는 수비에서도 상대 오버래핑을 지능적으로 차단하는 등 토튼햄의 옆선을 잘 지켰다. 키가 한뼘은 큰 장신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에게 밀려 넘어져 광고판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투혼은 꺾이지 않았다.

이영표는 후반 11분 수비수 2명을 측면에서 제치고 크로스를 올렸으나 받쳐주는 공격수가 없었다.

박지성은 초반에는 볼 터치가 많지 않았지만 전반 19분 쓰러지면서 패스를 성공시키는 등 허슬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26분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후반 18분에는 기막힌 태클로 볼을 따낸 뒤 토튼햄 미드필더 저메인 제나스의 경고를 끌어내기도 했다.

후반 20분에도 폴 스톨테리의 경고를 끌어냈으나 몸이 공중에 뜰 만큼 거친 태클을 당해 자칫 부상할 뻔 했다.

박지성은 후반 38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중앙으로 볼을 접고 회심의 땅볼슛을 때려 맨유 1천호 골을 노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이영표는 후반 29분 교체 투입된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헛다리 대결'을 펼쳤고 막판 폴 스콜스의 논스톱슛을 육탄 방어했다.

이날 맞대결은 맨유 미카엘 실베스트르의 선취골과 토튼햄 제나스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 선 태극듀오는 둘 다 승자이기에 충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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