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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1)제79화 육사졸업생들(23)>건설사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주월 한국군의 「첫 교전」으로 기록되는 베트콩의 기습을 비둘기부대장병들이 격퇴시킨것은 전과로서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지만 전장병에게 베트콩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해주었다고 한다.
비둘기부대가 베트콩공격을 막아냈다는 소문이 사이공에 전해지자 월남전에 참전했던 우방의 관계자들이 비둘기부대를 방문, 부대시설을 돌아보고 갔다.
필리핀의 한 상원의원은 7피트 이상 호를 파고 그위를 아름드리 통나무로 덮은 지하통로를 보고 『월남의 마지노선』이라고까지 격찬했으며 『과잉방어』라고 비판하던 미군들도 진지구축 방법을 배워갔다고 한다.
4월중순에 접어들면서 베트콩의 신경전도 끝났다.
비둘기부대는 다시 주임무인 건설사업을 수행했다.
주둔지와 디안감소재지를 잇는 2·5km의 도로포장공사에 이어 디안과라이튜간을 통하는 7km의 도로를 개설했다. 디안∼라이튜간의 도로가 뚫리면서 디안에서 라이튜를 갈때 사이공을 돌아가야했던 불편이 없어졌다. 6월22일에는 사이공 북방9·6km지점에 「대한교」를, 24일에는 「비둘기교」를 준공, 이효상국회의장이 참석한가운데 준공테이프를 끊기도했다. 비둘기부대는 66년6월말까지 1년여간에 디안주변도로 7km를 신설하고 30·5km를 보수했으며 교량 9개를 가설했다. 그리고 교실 16동을 지었으며 2동의 진료소도 신축했다.
특히 비둘기부대는 69년도 사이공외곽의 환상고속도로 (25·8km) 건설공사를 착공, 71년도에 완공했는데 월남인들은 이 고속도로를 『대한 하이웨이』라고 불렀다고한다. 작년5월7일부터 비둘기장병들에게 휴양과 외출이 허용됐다. 외출은 사이공까지, 휴양은 이동외과병원이 있는 붕타우지역까지 갈수 있었다.
비둘기장병들에게 지급된 수당은 일방이 매일1달러, 상사는 2달러50센트, 소령은 5달러50센트, 준장은 7달러였다. 쥐꼬리만한 돈이지만 장병들은 그동안 모아둔 달러를 외출·휴양때 요긴하게 사용했다.
비둘기부대 경리참모 김봉선 대위(갑종99기·중령예편·현삼립식품 상무)는 어느날 장병들의 7월분 수당을 우리대사관에서 수표로 받아 사이공미군국고지출소에서 달러로 바꾸어 장병들에게 다 지급했는데도 이상하게 1만달러가 남아 다는 것이다.
혹시나해서 김대위가 주월미군사령부 관리참모부에 전화를 걸어 1만달러가 남는다고 이야기하자 지출담당자가 어쩔줄 몰라하며 『댕큐』 『댕큐』를 연발했다는 것이다.
「1만달러 사건」이 있고나서 미군들은 그야말로 물심양면으로 비둘기부대를 지원해 주었다고 하다.
부대장 차에 에어컨을 달아주겠다고 제의해 왔으며 한국군에도 휴양이나 외출·출장때는 미군과 똑같이 여비를 계산해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얼마후 김대위가 부족한 심리전 예산을 증액해 줄것을 요청하자 주월미군사령부에서는 언제든지 필요한 예산을 신청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비둘기부대 장병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도 월남어린이를 만나면 반드시 차에서 내려 비스킷이나 초컬릿 껌등을 꼭 쥐어주고 가도록 교육을 받았다.
특히 대민지원사업을 나갈때는 각종 선물을 싣고 다니며 손만 내미는 어린이에게는 1봉지, 『따이한』이라고 말하는 어린이에게는 2봉지씩, 『따이한 감사합니다』고 말하면 3봉지씩을 나눠주기도 했다고한다.
비둘기부대는 한·미·월 실무협약에따라 탄약과 장비는 월남군의 지원을 받았으나 부대운영자금과 아이스크림·A레이션등 식료품은 미군으로부터 보급을 받았다.
A레이션안에는 쇠고기·닭고기·돼지고기등 육류가 주로 들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것을 제대로 요리할줄 몰라 모두 썰어서 솥에 넣고 국을 끓였다고 하다. 그런데 이 고기국은 조금만 식어도 흰기름덩이가 엉겨 먹기가 거북했다. 그래서 우리 취사병에게도 양식만드는 법을 가르쳐 비프스테이크·햄버거스테이크등를 만들 게 했다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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