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아름다운 우리 강산 20년 누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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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인덕씨가 자신이 펴낸 12권짜리 우리나라 명승지·문화유적 안내서와 문집 두 권을 소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조선시대 지리서인 '택리지'를 쓴 이중환의 심정으로 강산을 누볐습니다."

70대 퇴직 공무원인 김인덕(74.부산시 중구 부평동)씨가 우리나라의 명승지와 문화유적을 소개하는 지리서 '한국의 명승지와 문화유적' 제12권을 펴냈다.

김씨는 이번 책으로 20년 넘게 계속해 온 우리나라 지리서 발간 시리즈 작업을 마무리했다. 김씨의 지리서 출간은 1984년에 시작됐다. 20년 넘게 공무원으로 일하다 그 해 퇴직한 김씨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전국의 명승지와 문화유적을 답사한 뒤 그 경험과 감흥을 책으로 낼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20여 년 간의 공직 생활 틈틈이 800여 권의 역사책과 향토사료 등을 수집, 정리하면서 지식을 쌓아 온 터였다.

퇴직하자마자 직접 차를 운전하며 현장답사에 나섰다.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답사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충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전국의 문화유적 자료가 차곡차곡 쌓였다. 직접 찍은 문화재.명승지 사진이 수만 장을 넘었다.

남쪽으로는 이순신 장군의 전승 유적이 있는 남해안의 한려수도를 비롯해 북으로는 신라 경순왕 능이 있는 휴전선까지 전국을 누볐다.

한번 답사에 나서면 2~3일은 예사였고, 길을 잘못 들어 헤맨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승용차를 4대나 바꿀 정도로 부지런히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녔다.

"전국 곳곳에 선인들의 숨결이 깃든 문화유적이 흩어져 있어 금수강산이 문화유산의 야외 전시장과 같았습니다."

94년 집필에 들어간 그는 97년에 '한국의 명승지와 문화유적'(부산편)을 펴냈다.

"이후 경남.대구.경북.전남 순으로 매년 1~2권씩 출간했습니다. 올해 마지막으로 '서울편'을 완결하고 20년의 대장정을 끝냈습니다."

시리즈 전집에는 전국의 명승지, 문화유적지 3000여 곳이 담겨 있다. 국내 20대 국립공원을 비롯해 20대 도립공원 및 주요 군립공원과 명산, 대천(大川), 바다 등이 자세하게 소개됐다. 전국 주요 사찰의 연혁과 건물 배치, 사찰 소장 국보.보물 등도 그가 찍은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다.

김씨는 책이 나올 때마다 해당 지자체와 관련 연구소, 대학 등에 무료로 책을 보내줬다. 통일부를 통해 북한에도 보냈다.

"후손들이 조상이 남긴 문화재를 사랑할 수 있도록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내 고장의 명승지와 문화유적을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요즘 통일 이후를 대비해 북한 지역의 문화유적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이다. 남북한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유적 시리즈를 발간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부산=김관종 기자<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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