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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센초프 러시아 대사 "아내가 담근 김치 매일 먹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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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치를 매일 먹습니다."

7월 1일 서울에 부임한 글레프 이바센초프(60.사진) 주한 러시아 대사의 식탁에는 배추 김치와 오이 소박이가 번갈아 오른다. 미얀마 대사(1997~2001년) 시절 부인이 친하게 지내던 한국 대사 부인으로부터 김치 만드는 방법을 배운 후 생긴 식생활이다.

그는 "러시아에는 고려인들이 만든 '당근김치'가 있는데 서울에는 없더라"는 말도 했다. 지난 7월 환갑을 맞은 이바센초프 대사는 "인생은 60부터"라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국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 및 문화교류를 확대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4차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경수로 문제와 관련해선 "완벽한 합의문은 없다. 북한과 미국 간 신뢰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는 6자회담의 일원으로 특정한 입장을 강요하기보다는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러시아 관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양국이 남북화해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지향하고, 세계정세를 읽는 시각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유엔 연설문을 읽어봤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적 입장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다음달 양국 정상은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회담한다.

그는 양국 경제관계에 대해 "1990년 수교 당시 9억 달러였던 양국 교역량이 80억 달러로 늘었다"며 "몇 년 내 교역량이 2~3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규모 못지않게 내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백 명의 러시아 과학자들이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2007년에는 한국인이 러시아 우주선으로 우주비행을 할 예정으로 있는 등 양국 경제교류가 에너지.무역.하이테크.과학 교류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민간 부문에서 사용하는 헬리콥터의 3분의 1이 러시아제"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프로젝트와 한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추진된 시베리아 코빅타 가스전 개발사업에 대해선 "무산된 것이 아니라 조정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한국 영화를 보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1975년 소련 외무부에 들어간 뒤 뭄바이 총영사(91~95년), 미얀마 대사를 역임했다. 취미는 테니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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