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 망신 당한 한 좌파 교수의 천박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이 '김일성은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라는 장시기 교수의 글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아프리카인들은 남한보다는 북한을 더 친근하게 생각한다'느니, 음베키.만델라 대통령을 '아프리카주의자'니 하며 제멋대로 떠든 데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주재국 대사관의 이러한 반박은 매우 이례적이다. 명색이 한국의 교수라는 사람이 자신의 억지 논리를 강변하기 위해 되지도 않은 글을 썼다가 해당 국가로부터 망신을 당했다.

도대체 이러한 글을 소위 교수라는 이름을 달고 쓸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딱하기도 하다. 선전.선동의 팸플릿에나 쓸 수 있는 글을 써대니 우리나라 교수 수준이 그 정도로밖에 인식이 안 되게 생겼다. 학문의 객관성과 진실추구라는 지식인의 임무는 아예 포기한 선동 일꾼 같다. 누구를 위한 선동인가.

학자라면 관련 자료를 이론적 틀에서 엄밀하게 분석, 객관적인 사실을 추구하는 게 본령이다. '좌'든 '우'든 마찬가지다. 더구나 기존에 알려진 사실에 대한 반박을 하려면 자료확보와 분석에 더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장 교수는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아프리카인들은 북한을 더 선호한다'느니 '아프리카 독립의 가장 걸림돌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글에선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노벨상 수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하기도 한 인물이다. 객관적 사실보다는 '오도된 이념'에 도취된 자신의 생각을 '글'이라고 버젓이 공개한 것이다.

이런 교수 밑에서 학문이라고 배우고 있는 학생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선동적 이념이나 되뇌면서 그것을 학문적 자유로 포장하는 작금의 현실이 문제다. 상아탑은 자기도취적 이분법에 사로잡힌 가짜 지식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지 않다. 객관적 사실마저 직시하지 못하는 지식인들이 교수라는 미명하에 나라를 흔들고 있다. 좌든 우든 학자적 독립성과 성실성을 기반으로 한 건실한 지식인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