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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여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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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좀 묵은 영화지만 『모정』에서「윌리엄·홀든」 이 「제니퍼·존스」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모정, 그대로를 상징하듯 그 담배맛은 사뭇 달콤할 것같다.
여자가 담배 피우는 또다른 인상적인 장면은「오드리·헵번」의 경우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 는영화에서 「헵번」은 금빛 찬란한, 길다란 담뱃대를 물고 있다. 「조지·페파드」가 게슴츠레 그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라니, 「헵번」의 멋이 줄줄 흐른다.
여자가 왜 담배를 피울까하는 의문에 한 여자대학 「학보」가 특집을 통해 이렇게 대꾸했던 기억이 난다.
『부당한 금기(금기)사항을 깨뜨림으로써 자기 각성을 얻을 수있고, 그런 행위를 통해 주체적인 자기를 인식할 수 있다.』
바로 그 학보가 여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41%가 흡연 경험이 있었다. 이가운데 31%는 습관적 흡연자라는 사실도 나타났다.
3년이 지난 오늘 똑같은 조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드러날지 궁금하다. 바로 그 궁금증에 답해주듯이 최근 문교부가 여대생을 대상으로 금연교실을 설치, 운영하라고 지시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여성흡연」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10대 소녀의 흡연이 얼마나 많기에 그런 지시를 내렸을까 하는 놀라움이다.
먼나라 스위스에 갔을 때 여중생 또래의 소녀들이 대로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느새 그것이 먼나라, 남의 나라얘기가 아닌 세상이 된 것같다. 아직 대로흡연은 볼 수 없지만 어딘가에서 그런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가보다.
흡연이 좋으냐, 나쁘냐는 논의는 하나도 신선한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남성 흡연은 줄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 그중에도10대 소녀가 새로운 흡연인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흥미 있다.
몇년전 미국 발행 리더즈 다이제스트에 이런 기사가 실렸었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20년은 더 늙어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10대는30대로, 30대는 50대로. 리더즈 다이제스트는 이런 이유를 댔다. 흡연중에 생긴 일산화탄소가 혈관 속의 산소공급을 방해해 피부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산부의 경우 흡연이 태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얘기는 이미 일반론이다.
문제는 가치선택의 기준이다. 남녀평등의식, 단순한 기호(기호), 사회생활의 일면을 존중할 것인가, 아니면 여성이기 때문에 주어진 어머니로서의 미덕을 존중할 것인가.
이것은 또 개인이 선택할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 공동의 모럴문제인가.
81년 중앙일보 「독자토론」난에선 남녀 토론 참여자의 70%가 「어머니로서의 여성」 을 더 존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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