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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 견제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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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동북아 4개국 순방에 나선다.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이 계기다.

부시 대통령은 먼저 다음달 15일 도쿄를 찾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회담은 16일로 예정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17일 경주로 이동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9일 중국으로 향한다.

베이징에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미.중 관계와 북핵 등 지역 문제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부시의 행보가 모두 중요하지만 이번 동북아 방문 중 특별한 주목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21일로 예정된 마지막 순방지 몽골이다.

부시의 몽골 방문은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양국은 1987년 수교했다. 18일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다음 행선지인 한국을 거쳐 몽골을 찾는다. 수교 18년 동안 몽골을 방문한 미국의 고위 관리는 90년과 91년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 98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이 고작이었다. 그런 점에서 미 대통령이 직접 몽골을 찾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양국의 이해 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70여년간 소련 지배 하에 있던 몽골은 21세기 들어 사회주의를 청산하고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그리고 자신의 개혁과 개방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로 미국을 꼽고 있다. 미국은 몽골의 기대에 부응해 대외 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몽골에 1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몽골은 이 중 3800만 달러를 가장 시급한 에너지 확보에 사용했다.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은 9월 20일 하와이에서 윌리엄 팰런 미 태평양사령관과 만나 미국과의 군사협력 일환으로 몽골군의 이라크 파병을 자청했다.

여기엔 소련이 해체되면서 중국 쪽으로부터 가해져 오고 있는 압력을 미국과의 협력으로 해소한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미국으로선 강력한 경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몽골의 전략적 위치가 중요하다. 특히 중국을 포위한다는 측면에서 몽골의 가치는 매우 높다.

미국은 중국 동쪽으로는 일본.한국.대만, 남쪽으로는 싱가포르 등 아세안 내 5개국, 서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손을 잡고 있다. 중국 북쪽에 위치한 몽골에 군사기지를 둘 정도로 양국 관계가 발전할 경우 중국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봉쇄정책이 완성될 수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몽골과 협력, 중국 내 네이멍구(內蒙古)를 흔들어 중국을 분열시키는 전략까지 구사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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