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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政 쟁점 타결…운송거부 7일만에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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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동계의 집단행동에 새 정부가 계속 밀리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작업거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당초 원칙을 지키며 공권력을 행사하겠다고 했으나 15일 새벽 이들의 요구사항을 대폭 받아들였다.

이로써 열사흘간의 물류대란이 일단 수습되기는 했지만 두산중공업과 철도청의 분규에 이어 정부가 노동계의 집단행동에 밀려 원칙을 접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집단행동으로 이익을 도모하고 요구사안을 관철시키려는 사례가 사회 각 분야에 확산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산적한 노동현안과 임단협 등에서 노조 측의 벼랑끝 전술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집단의 틀 속에서 쉽게 이익을 보장받으려는 '노조식 집단안보'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화물연대 사태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모두 노사문제로 접근하려는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집단이익에 굴복할 경우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예컨대 경유세 인하 등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세수 손실로 이어져 이를 메우기 위해 결국 국민이 추가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치논리나 특정 이익집단의 요구를 의식하기보다 공정한 원칙과 엄격한 법집행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직 노동부 고위 간부 Y씨는 "새 정부는 노동계의 불법에 관용을 베풀고 있다"며 "노사를 가리지 않고 법집행을 엄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5일 화물연대 측과 협상을 하고 지난해까지의 경유세 인상분에 대해 종전처럼 50%를 화물업계에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올해 인상분은 전액 보조금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경유세는 오는 7월 ℓ당 2백32원에서 2백76원으로 44원 오르며, 정부가 인상분을 전액 메워주려면 재정이 약 1천8백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또 내년부터 2006년까지의 경유세 인상분은 어떻게 분담할지 합의되지 않아 새로운 불씨로 남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7월부터 월급을 받고 있는 화물차 운전자 6천여명이 받는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협상 타결 후 화물연대 부산지부 회원들이 운행거부 7일 만에 대부분 화물운송에 복귀함에 따라 컨테이너 반출입이 늘고 화물의 선적과 하역 작업도 원활해지는 등 부산항 물류 소통이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날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화물 반출입량은 평소의 70% 수준까지 회복됐으며 오전 11시쯤에는 신선대 부두에 화물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고현곤.강갑생 기자, 부산=강진권 기자 <hkkoh@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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