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쏙!] '아동 인성검사' 받아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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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주대 의대 조선미 교수는 "아이의 속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아이가 직접 표현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줄 수 있다"며 "아동의 발달.심리적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 인성 검사 프로그램인 '한국아동 인성평정 척도(KPR-C)'를 개발한 팀의 일원이었다. 조 교수에게 아이들의 흔한 이상 행동 사례와 그 대처법을 들어봤다.

#사례 1. 초등학교 6학년인 민철(13.가명)이는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곧바로 뛰어다녔다. 책상 등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것도 즐겼다. 유치원에선 활동적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 종종 아이들과 싸워 문제가 되곤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나아지겠지 했으나 1, 2학년 때 수업 중 불쑥 일어나 화장실에 가곤 했다. 요즘도 수업 시간에 떠들다가 혼나기 일쑤다. 최근엔 컴퓨터 게임에 빠져 학원 가는 시간을 놓친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로 볼 수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약물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혼내거나 지적하면 이차적으로 우울증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나 가정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사례 2. 지연(8)이는 지난해 집 앞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골목에서 나온 차에 부딪혀 다리를 다쳤다. 평소 나이에 비해 의젓하단 말을 듣던 지연이는 사고 당시에도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병원에서도 어떻게 다쳤는지 조리 있게 얘기할 정도였다.

그러나 입원 며칠 뒤부터 자다가 일어나서 소리 지르고 우는 모습을 보였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떼를 썼다. 퇴원 이후 길을 가다 차가 오면 겁에 질린 얼굴을 했고,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학업에도 예전만큼 집중하지 못했다.

→불안장애 케이스다. 아이가 불안해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억지로 불안한 원인으로부터 떼어놓거나 극복하라고 하면 오히려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아이를 편하게 만드는 선에서 도와야 한다.

#사례 3. 경미(5.가명)는 엄마와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엄마가 안아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또래 애들에게도 전혀 흥미가 없다. 진짜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비디오만 켜져 있으면 하루종일 얘기도 하지 않았다. 유치원에서도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놀이방 미끄럼틀 밑이나 책상 아래 들어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발달 장애아의 경우 교육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이 수준에 맞는 개별 교육이 있어야 한다.

#사례 4. 중2인 민지(15.가명)는 초등학교 때까지 학급 임원을 도맡아 할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다. 중1 때까지 성적도 좋았다. 그러나 전학을 한 뒤 첫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들 앞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심하게 혼났다. 설상가상으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사소한 오해 탓에 멀어졌다. 이후 민지는 활력을 잃었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냈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엄마가 몰래 본 일기장엔 '죽고 싶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우울장애 아동을 둔 부모는 격려와 칭찬,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 우울해지게 된 원인을 찾는 건 기본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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