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전한 「교통안전대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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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통안전정책심의회가 21일 확정한 교통안전시행계획은 미진한대로 선진형 교통대책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계획은 지하철 2, 3, 4호선 공사가 모두 끝나는 85년 상반기 중에 택시요금의 거리·시간 병산제를 실시하고 오는 연말까지 서울을 비롯한 6대도시의 택시미터기를 전자미터기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있다.
법인택시의 사납금철폐와 시간·거리 병산제는 무엇보다 안전교통이란 측면에서 제기된지 오랜 문제다.
사납금을 채우고 가계를 꾸릴 ?입을 올리자니 택시는 총알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과속·난폭운전을 일삼게 되고 운전사들은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려 왔다.
끼어들기·합승·승차거부 같은 불법을 저지르는 운전사들을 무조건 나무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또 모든 사업용 차량의 운전사 23만명의 운전기록을 컴퓨터에 수록해 사고가 잦은 운전사의 취업을 못하도록 한 것이라든지, 대형트럭 운전자의취업연령을 제한한 것, 그리고 사고율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부과키로 한 것 등은 그동안 각계에서 건의 또는 지적한 개선책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계획은 86년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것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교통 대책이라기 보다는 서울 등 대도시의 교통난해소·교통질서 확립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오래 전부터 지적된 개선책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고 해도 미진한 점, 보완해야 할 사항들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택시요금의 병산제만해도 과속운전의 요인을 없애 교통사고를 어느정도 줄일 것은 분명하고, 어차피 시행해야할·제도이기는 하지만 실시시기에는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우리가 이미 지적한대로 지하철공사나 도심교통의 혼잡으로 인한 부담을 일방적으로 운전사에게 부담시키는 현행 요금제도는 적어도 공정한 것은 아니다.
가령 기본요금인 6백원을 벌기 위해 30분 이상을 소비하는 운전사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 모순은 명백해진다. 아무리 택시가 서비스업이라고 해도 이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흔히 지하철공사가 끝날 때까지 현행 요금제도는 불가피하다고 보기쉽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승객과 운전사가 지하철 공사로 인한 교통혼잡의 부담을 나누어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문제에 관한한 당국의 계획은 시민편익을 내세워 문제를 안이하게 처리한 인상을 준다.
대형트럭 운전자의 취업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린 것만해도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내놓은 것 같다. 덤프트럭의 무법자적 질주를 보면 취업 기준은 적어도 운전경력 5년 이상으로 못박는 것이 보다 나은 방안일 것이다.
결국 택시요금으로 인한 시비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안은 요금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정하는 길뿐이다.
택시미터기를 전자미터기로 바꾸기로 한 것만 해도 중요한 진전이기는 하지만 기왕 컴퓨터를 달바에는 금년 말이란 시한을 정하지 말고 승객수에 따라 기본요금부터 차등을 두는 정밀한 것을 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터기가 완벽하지 못하면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가령 시외에 나갈 때도 할증요금은 몇%라는 것을 분명히 정하고 이를 택시안에 부착토록하는 방안도 생각해봄직하다.
우리는 정부의 이번 계획이 택시운전사의 일방적 불이익을 덜어줌으로써 선진형 교통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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