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상체질 + 사업, 궁합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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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장동에서 해산물 요리주점 '취하는 건 바다'는 손님들로 늘 붐빈다. 이곳은 업종을 여섯 차례나 변경했을 정도로 장사가 잘 안 되던 자리였다. 대로변이지만 유동 인구가 적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조미나(42.사진(右))씨는 서비스 안주를 항상 푸짐하게 준다.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문을 여는 주점 일이 고되지만 지친 조씨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분석> 태음인인 조씨는 자신의 체질에 맞는 업종을 선택했다. 태음인은 식성이 좋고 체력이 강하고 통이 크기 때문에 요식업과 잘 어울린다. 태음인은 신중하다. 조씨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하는 '창업인턴제'에 참여하는 등 충분한 창업 준비기간을 가져 실패 확률을 줄였다.

# A씨는 최근 서울 수유동에서 해오던 삼겹살 전문점을 접었다. 아파트 밀집 지역이어서 가게 입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A씨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에 평소 먹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손님이 반찬을 더 달라고 하면 조금만 갖다주라고 종업원에게 가르쳤다. 먹거리를 다듬거나 나르는 일이라도 하고 나면 쉽게 피로를 느꼈다. 그래서 A씨는 늘 카운터에서 짜증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분석> A씨는 사상체질로 보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소음인이다. 그는 체질과 어울리지 않는 업종을 선택한 것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체질이라 요식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통이 적은 편이라 반찬 인심이 박하다. 또 체력이 약해 고된 일이 벅차다. A씨는 조용하게 일할 수 있는 꽃가게나 아동교육 관련 업종이 적합하다.

최근 자신의 체질에 맞춰 창업업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창업에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사업을 잘하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는 얘기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보통 운이나 불경기, 과당경쟁 등을 이유로 둘러댔다.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운으로 돌렸던 실패 요인이 운이 아닐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체질이다. 사상의학(四象醫學)계에선 사람은 체질에 따라 적성과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각자의 체질에 따른 숨겨진 성향을 잘 파악하고, 그 특성에 맞게 창업한다면 운에 휘둘리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지는 사상체질 전문의인 경의대 한의과대 이의주 교수와 창업 컨설턴트인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의 도움을 받아 사상체질과 창업업종 간 궁합을 따져봤다. 이 교수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강 대표의 컨설팅 사례를 중심으로 체질에 적합한 업종을 골랐다.

보통 돈이 된다면 적성에 상관없이 '묻지마 창업'을 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소극적인 사람이 판매업에 뛰어들거나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 미용실을 여는 식이다. 이와 달리 체질에 따른 적성, 성격과 어울리는 일을 하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와 강 대표의 주장이다.

두 사람은 공동 작업을 마친 뒤 "조상의 지혜가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체질은 동기와 관련 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로 보고 행동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유행.입지.경기상황 등 외부적 창업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대처하는 전략은 비용도 많이 들고 한계가 있다"며 "내부 체질강화를 통한 창업자 자신의 자질을 높이는 전략이 더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와 강 대표 모두 '사상의학이 성공 보증수표'라는 데는 선을 그었다. 이들은 "사람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이 있지만 후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성실함과 적극성,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줄 동업자나 종업원을 둔다면 체질과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업종이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재 기자

◆ 사상의학=19세기 말 동무(東武) 이제마 선생이 만든 독특한 체질의학 이론이다. 사상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태양(太陽).소양(少陽) .태음(太陰).소음(少陰)으로 나눈다. 같은 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약을 달리 써야만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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