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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브랜드族 "I♡아웃렛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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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4월 말부터 등기분양 신청을 받고 있는 서울 명동의 패션 아웃렛 A사무실에는 하루 50~60여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이 곳의 분양률은 현재 40% 정도다. 요즘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하 6층, 지상 11층 규모로 건설되는 이 곳은 해외와 국내 유명 브랜드의 아웃렛 매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A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의 한 임원은 "문의와 상담이 예상보다 많이 오고 있어 분양이 순조로울 것으로 본다"며 "올 하반기엔 서울 압구정동에 또 하나의 명품 아웃렛 쇼핑몰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절반값에 파는 아웃렛이 의류시장 판도를 바꿔 놓고 있다.

소비 위축으로 백화점.할인점 등은 매출이 줄어 울상인 반면 아웃렛은 급성장하고 있다. 일부 백화점은 아웃렛 담당부서를 '효자 사업부'로 부를 정도다.

유통업체뿐 아니라 의류업체와 건설업체들도 속속 아웃렛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전국 30여개 지역에 산재해 있는 아웃렛 타운이 올해 말에는 50여개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1996년에는 소형 매장이 밀집한 아웃렛 타운이 3~4곳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기존의 아웃렛 밀집지역인 구로동.문정동.창동뿐 아니라 명동과 남대문시장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예전에는 소규모 매장이 밀집해 아웃렛 타운이 형성됐다면 요즘에는 대형 아웃렛을 중심으로 주변 상권이 형성된다.

아웃렛의 공급이 넘치자 업계에서는 매장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상권 중복과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아웃렛의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의류업체가 아웃렛을 겨냥해 아예 전문브랜드를 만들거나, 제품 기획 초기 단계부터 20~30% 늘려 발주하는 사례도 많다.

불황을 모르고 급성장=유통업체가 최근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는 것과 달리 아웃렛 매장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반포점은 1월부터 4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가량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백화점 부문 매출이 올들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점포는 97년 패션 아웃렛으로 탈바꿈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아웃렛은 버버리.오일릴리.미쏘니 등 60여개의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40~70% 싸게 팔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웃렛이지만 최고급 브랜드만 입점시켜 고객의 호응이 좋다"면서 "1백% 교환.환불 등 현대백화점 본점 수준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뉴코아의 평촌 킴스아웃렛도 98년 문을 연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올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성장했다.이 회사의 정학환 차장은 "톰보이.데코 등을 50~60% 싸게 파는 2층 매장에서는 브랜드당 7천만~8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했다.

95년 문을 연 그랜드마트의 신촌 아웃렛 매장도 해마다 2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01아울렛' 또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1% 증가했다.명동 아바타는 지난달 1층에 명품 아웃렛 매장을 선보인 뒤 고객이 20~30% 늘었다.

급증하는 아웃렛=아웃렛은 현재 전국 주요 대도시뿐만 아니라 소도시로도 확산하고 있다.

대구.광주.대전 등 대도시와 구리.부천.원주 등에서도 아웃렛이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백화점이 아웃렛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적잖다.

서울 목동에 있는 행복한세상 백화점은 지난달 17일 1층 패션잡화 코너에 '금강제화 토털브랜드 아웃렛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는 랜드로바.버팔로 등 금강제화에서 만드는 신발과 핸드백을 정상가보다 40~50% 싸게 살 수 있다.

고속철도의 출발점인 서울 용산 민자역사에도 9천4백평 규모의 패션아웃렛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을 개발하는 현대역사 관계자는 "패션아웃렛에는 저가형 상품뿐만 아니라 유명 브랜드도 입점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섬.F&F 등 유명 의류회사 20여개사는 지난해 공동으로 '브라이트 유니온'이라는 패션 아웃렛 개발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수원에 '프리미엄 아웃렛'이라는 이름으로 9천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으며 내년 4월에는 대전에 1만4백70평 규모의 초대형 패션 아웃렛을 개장한다.

브라이트 유니온 관계자는 "올해 안에 10여개의 아웃렛을 더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세정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는 의류업체 세정은 올 8월 광주에 아웃렛을 연다. 또한 천안의 노블레스, 대전의 로데오타운, 부천의 드림모아, 서울 명동의 하이 티파니 등도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도 패션 아웃렛이 등장했다.성도.쌈지.데코.슈페리어 등 유명 의류회사들은 '하프클럽닷컴'이라는 패션 브랜드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다.

데코.쌈지.미니멈.에고이스트.코모도 등 여성복과 아동복 '톰키드''김민제 아동복'등을 정상가격보다 50~80% 싸게 판다.

'2001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 관계자는 "불경기에도 아웃렛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4개점을 새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늘어나나=의류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유통채널로 아웃렛을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섬 등 여성 캐주얼 업체의 경우 백화점 중심으로 판매해 왔다. 하지만 백화점은 4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싼 값에 많은 옷을 팔 수 있는 대안으로 아웃렛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유다. 최근 동대문 등 10대 위주의 패션몰이 고전하자 부동산업자들이 아웃렛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또 알뜰쇼핑족들이 늘면서 백화점 제품과 질적인 차이가 없고 유명 브랜드 의류를 살 수 있는 아웃렛으로 사람들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한섬의 서갑수 과장은 "계절마다 신상품의 30% 가량이 재고로 남지만 이것을 처리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며 "아웃렛 매장이 활성화될 경우 재고 상품을 계획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을 아웃렛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뉴코아 킴스아웃렛과 그랜드마트 아웃렛 등 주요 아웃렛은 각종 편의시설과 인테리어를 백화점 수준으로 고급화하고 있다.

그랜드백화점 마케팅팀 정순관 이사는 "고객 쇼핑시설과 편의시설을 고급 백화점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앞으로 백화점에 입점된 유명 브랜드를 대거 유치해 특화매장으로 상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박혜민 기자

<사진설명>

경기 불황에도 아웃렛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대형 아웃렛몰인 '마리오'에는 평일(15일) 오후 4시인데도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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