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해외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친정 어머니가 탄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보고 나는 김포공항을 나왔다.
남동생 둘이서 어느새 의논이 오갔는지 비용을 각자 반부담하여 어머니께 일본 단체관광여행에 참가할 수 있도록 여행사에 신청을 해놓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펄쩍 뛰며 『내가 언제 호강시켜 달랬냐. 이제 겨우 집칸이라고 장만한 너희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그 많은 돈올 냈느냐』며 그 돈으로 차라리 애들이나 실컷 먹이고 두었다가 교육비에나 쓰라고 극구 거절하셨지만 두 올케까지 합세하여 간신히 어머니의 마음을 돌리시도록 했다.
그런데다가 6순이 넘도록 외출때 한복만을 입으시던 어머니인지라 꼭 한복을 입고 가겠다고 우기셔서 여행에는 한복이 불편하니까 양장을 하셔야 된다는등 또 한바탕 설득작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막상 출발 일자가 가까와지자 어머니는 입고 가실 원피스도 입어보시고 머리까지 알맞게 염색하시며 가방에 여행지에서 들으신다고 노래 테이프며 메모하실 수첩, 환약으로 된 소화제까지 일일이 챙기며 눈에 띄도록 즐거워하셨다.
출발하시는 날 아침, 우리 3남매는 친정에 모두 모여 어머니를 모시고 지정된 장소에 나갔다.
가슴에 명찰을 단 여행사 직원이 인원을 점검하여 탑승수속을 끝낸 후 어머니가 아쉬운 듯 우리들을 뒤돌아 보시며 보세구역으로 들어가자 우리 셋은 아무 말 없이 발길을 돌렸다.
나는 남동생들이 군에 입대할 때마다 보내고 목메던 어머니의 모습과 나를 시집 보낸뒤 딸이 입던 헌옷을 정리하며 목놓아 우셨다던 어머니의 모습이 상기되어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동생들도 마음이 언짢은지 묵묵히 서 있더니 회사로 들어간다며 가버렸다. 나는 동생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홀로 우리들을 잘 키워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리고, 겉으로 내색은 안해도 항상 어머니를 따뜻하게 해드리는 동생들 내외에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겹도록 고마움을 느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