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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가난"벗어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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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동안 말만 많고 현실성은 적어보이던 민한당후원회가 마침내 실현될것같다. 소속의원들이 추천한 후원회원만도 11일현재 70명을 돌파해 우선 주내로 후원회를 이끌어갈 운영위원단의 구성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후원회의 구성으로 한민당이래 이나라 야당이 겪어온 가난에서 민한당이 과연 탈피할수 있을지도 주목거리지만 후원회원이 내는 돈에「꼬리」가 붙는일은 없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6월임시국회이후 별로 자리를 같이할 기회가 없던 민한당의 유치송총재와 이태구·신상우두부총재가 지난 9일상오 모처럼 중앙당사에 함께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유한열사무총장으로부터 후원회구성에 관한 보고를 들었고 보고가 끝난뒤에도 신부총재와 유총장 둘이서만 따로 30여분간에 걸쳐 심각한 얘기를 나누었다. 신부총재는 회원추천등에 자신도 협력을 아끼지 않겠지만 후원회구성을 너무 서둘러 무리를 낳는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것이라는 의사를 피력한것으로 알려졌다.
아뭏든 이날의 총재단회동으로 후원회구성은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회원을 가장 많이 추천한 사람은 역시 유치송총재로 유총재 혼자서 두차례에 걸쳐 20여명의 의원들이 천거했다고한다.
그다음이 후원회구성의 주도멤버인 유총장과 서종열총무국장으로 각각 7명씩을, 나머지 20여명의 의원들이 1∼3명씩을 추천했다. 당직자가운데서도 신부총재와 고재청부의장, 김현규정책심의회의장등 핵심간부들가운데 아직 실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
현재 접수된 70여명의 회원성분을 보면 역시 기업이나 장사를하는쪽이 전체의 80%이상으로 압도적이고 그밖에 변호사등 자유업종사자와 회사간부·교수등도 더러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입을 수락한 사람들가운데는 권유자의 강권이나 읍소(?) 에 못이겨 할수없이 도장을 찍은 학교동창이나 친적·친지등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의 성향은 그래서△순수파△반대급부파△인정파로 대변할수 있다. 순수파나 인정파는 숫적으로는 거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기여도면에서는 크게 기대할수 없다는것이 한사무국간부의 얘기다.
회원을 희망하는 사람가운데는 연간 1억원정도를 쉽게 낼수있는 인사도 많지만 돈에 꼬리가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이런 후보는 지금은 철저히 배제하고있다는 것이 실무책임자인 서종열의원의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추진과정에서 상당수의 기업인들이 회원가입요청에 완강히 등을돌린 사례도 적지않다. 문구업계의 S사장, H기계의 Y사장등은 민한당고위당직자의 간곡한 요청을 『제발 봐달라』고 뿌리친 대표적인 실례.
민한당고위당직자와는 학교동창으로 평소 절친한 사이인 이들은 요청을 받고 집안과 업계동료들에게 심각한 자문을 구했으나 한결같이 『응하지 말라』는 반응이었다는 것. 대부분의 소속의원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고, 그래서 심헌섭의원같은 사람은 아예 운수업체대표로 돼있는 부친을 회원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12일의 당무회의에 올려져 그윤곽을 드러낼 후원회에 대해 대부분의 민한당의원들은 『구성을 하긴 해야한다』는 반응이다. 언제까지고 국고보조에 의존할수도 없고 이제는 가난에 허덕이는 야당상에서 탈피할때도 되었다는 견해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원들, 특히 전국구출신들은 후원회의 멤버가 누구며 어떤 성분으로 형성이 될것이냐에 대해 예민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당내경쟁도 신경이 쓰이는 판에 당외의 도전에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까지 되어서야 견딜수없다는 심리가 이들에게 도사리고 있다.
특히 당내일부에선 후원회구성과 관련해 『회원후보들에게 모종의 조건을 제시하거나 반대급부의 언질을 주지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없지 않다.
만일 그런 「입도선매」가 이루어진다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겠다는 고압기류도 당내에 흐르고있다. 이같은 입도선매설에 대해 유총장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상반기중 민한당살림살이는 3억2천만원수입에 3억1천만원을 지출해 한달 평균 5천여만원을 썼고 이가운데 당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돼있어 부족한 40%를 후원회의 모금으로 충당한다는것이 민한당의 목표다. 월평균 2천여만원정도를 후원회가 조달해야한다는 계산이다. 가령 1백명의 회원이라면 한사람앞에 월20만원정도외 부담이어서 크게 어려운것은 아니라는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한당과는 달리 국민당은 후원회구성에 아예 체념하는 분위기다. 정가에서는 국민당을 가리켜 「전경련당」 이라고도 할만큼 굵직한 기업을 가진 의원이 많다. 하지만 이런 외양과는 달리 국민당의 살림은 의외로 궁색하다. 부자의원이 많을 뿐이지 당이 부자는 아니다. 지난 상반기동안 국민당이 쓴돈은 모두 2억3천여만원. 이돈의 수입원은 역시 민한당과 마찬가지로 국고보조와 소속의원들이 낸 당비가 전부지만 당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2∼23%에 지나지않는다. 생각보다는 부자의원들의 당에대한 기여도가 그리 크지않다는얘기다.
국민당은 이달들어 당장 국고보조없이는 지구당보조금지급도 중단돼야할 판이다.
김종철총재부터가 『해봐야 안될것이 뻔하다』며 의욕을 보이지않고있다. 당사무국간부들은 『어떤 보장이나 반대급부없이는 제3당을 위해 후원회에 기꺼이 들어와줄 인사가 어디있겠느냐』는 비관론이고 김총재는 『그런 입도선매는 절대로 못한다』고 못박고있다.
그래서 국민당은 후원회구성은 아예 포기하고 대신 재정위원회를 활성화시키는 쪽에 더 주력할 생각이다. 다가오는 총선거를 앞두고 부자의원이 많은 국민당이 과연 응집력을 발휘해서 재정자립을 할수있을지 관심거리다. <유 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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