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해럴드 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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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극작가 겸 시인 해럴드 핀터(75.사진)가 200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상금은 1000만 크로네(약 13억5000만원).

스웨덴 한림원은 13일 "잡담으로 가득한 일상에 허우적대는 현대인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파헤친 작가"라고 평가했다. 한림원은 또 "핀터는 연극의 기본을 되살렸다"고 평했다. '폐쇄된 공간과 예측할 수 없는 대화'라는 연극의 기본을 충실히 따른 작가란 얘기다.

1930년 런던 유대계 양재사의 아들로 태어난 핀터는 청년기에 '반(反)유대주의'를 경험하면서 극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한림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런던 공습이 핀터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핀터는 영국 왕립연극학교를 졸업한 뒤 극단 배우로 활동하다 57년'방(The Room)'을 발표하며 극작가로 변신했다. 그는 대담한 시도로 전통적인 극작에 도전했다. 참신한 대사와 비상한 발상으로 사뮈엘 베케트에 비유되곤 했다. 대표작으론 '방'을 비롯, '생일파티(The Birthday Party)''관리인(The Caretaker)''티타임의 정사(The Lover)''배신(Betrayal)' 등이 있다.

핀터는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을 강력히 비난하는 등 인권운동을 전개해 왔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상일.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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