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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식물·수석등 마구잡이 반출로 파괴되는 자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마음.
그 대상이 무엇이 건간에 사람에게 있어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을 때까지는 결코 그마음이 각박할 수가 없다. 그것이 비록 생명이 붙어있는 것이건 혹은 생명이 붙어있지 않은 것이건 우리가 보내는 사랑의 정도는 다를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는 물론, 금수에게도 산천초목에도 인정은 절로 흐르게 마련이다. 이것을 우리는 인지상정이라고 말하여 온것이 아닌가.
사람은 서로 의사가 통하니, 그눈빛만 보아도 그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금수에 있어서는 그들의 몸짓에서 희로애락을보고 느낄 수 있다. 초목도 물이 없으면 슬프게 말라가고 또 화창한 날씨에 아름다운 음악을 틀어 놓으면 가냘픈 꽃대를 흔들며 곱게 잘자란다고 한다.
심지어는 바위도 자란다고 하고 조가비 속에서 자라던 진주도 쌀독에 넣어두면 자란다는 말을 내 어렸을때 할머니에게서 들은 기억이 난다.
모든 물체에는 참으로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숨어 숨쉬고 있는것일까?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러한 생각을 하며 될수록 모든 물체를 소중하게 다루어왔다.
그러다보면 하나 하나에 저절로 애정이 솟게 마련인지 다 쓰고 남은 몽당연필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함은 물론이거니와 잘못 쓰다 버리게 된 원고지도 그 남은 여백이 아쉬워 잘라내어 다시 챙겨두게된다.
이것은 물론 애정도 애정이거니와 물건을 소중히 다루며 살아온 내몸에 배어버린 관습인지도 모른다.
요즘에 이르러 또 다시 텔리비전뉴스 화면에서까지 거론된 산간의 희귀식물, 희귀수석등의 지각없는 채벌로 아름다운 산천이 무너져 가고있다는 고발적인 내용이 보도된다.
바로 어제 우연히 들린 텔리비전 뉴스시간에 다시 한번 무단 채벌의 현장이 보도되고있었다. 현장은 아름다운 제주도 한라산에 서식하는 희귀옥들과 괴석등을 마구 반출해 내려와서는 육지의 분재감으로 팔아내고있던 상습범을 구속했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제주도 특산인 주목, 구상나무, 향기를 자랑하는 한란, 괴석등이 은밀히 밀반출 되어온지는 거슬러 헤아릴 수 없을것이다. 이에따라 단속도 소홀히하지 않았으련만 왠지 오늘에 이르러서도 몰지각한 자의 손에 의하여 산수의 조화를 깨고 마구 파헤치는 그사람들이 결국은 문제인 것이다.
원인은 실로 부끄럽지만 인간에게 있는것이다. 왜 이토록 인간은 모질게 되었는가. 그 모든 산천초목은 그자리에 있음으로써 더욱 그값이 있는것이거늘 자연의 엄숙한 조화를 깨뜨리고 파괴하는 큰죄를 인간은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짓고있는 것이다.
현대의 우리인간은 우리에게 주어긴 자연을 겁도없이 자꾸만 파괴하며 살아가고있다. 계획성 없는 현대화라든가, 혹은 사람들에 의하여 마구 파괴되어 가는 자연은 언제까지나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것이다. 「자연보호」란 팻말을 우리는 어디에서고 흔히 볼 수 있다. 이젠 그 정도외 미지근한 팻말정도로는 아무런 효험도 없는 것 같다.
한알의 씨들이 땅에 떨어져 무성한 나무로 자랄 수 있고 혹은 한아름씩되는 수박이 그 붉은 속살로 익어 그 감미로움을 만들어 주거나 또 형형색색의 향기로운 꽃들을 피게하는 신비로움을 우리는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연속의 한 생명체로 태어나 우리는 그 혜택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자연은 바로 인간이 종국적으로 되돌아가는 깊은 신앙인 것이다.
◇경력▲1931년 서울생▲이화여대 영문학과졸▲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수료▲현한국 타고르 문학회장▲저서 시집 『정읍후사』『초이시집』『수코양이한마리』, 수필집 『세계시인과의 만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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