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다보스포럼에서도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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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방향을 전망하는 스위스 산골 마을에서도 저유가는 ‘뜨거운 감자’였다. 21~24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석유업체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오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포럼에 참석한 석유업체 대표들이 유가 급락이라는 폭풍우에도 태연한 척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OPEC에 대한 불편한 심경은 감추지 못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의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는 “유가 사이클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유가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에너지그룹 에니(ENI)의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CEO는 로이터TV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며 “유가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토로했다. 데스칼지는 세션에 참가해 “금융시장처럼 원유 시장에도 가격 안정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감산을 거부한 OPEC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 듯한 발언이다.

석유업계의 볼멘 소리에 OPEC도 발끈했다.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2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한 달 정도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 머물다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 바드리 사무총장은 또 “OPEC이 감산하면 미국 셰일업체 등 OPEC 비회원국도 산유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개막식 축사를 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올해 중국 경제가 강한 하강 압력에 직면했지만 경착륙의 가능성은 없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에서 중고속 성장으로 변하는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거시 조정의 혁신과 미시 조정의 활력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과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華爲) 회장 등이 중국 대표단으로 리 총리를 수행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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