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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 선사 10곳 중 9곳 승무기준 위반

중앙일보

입력

 국내 원양어선 선사 대부분이 법에서 정한 최저 승무원을 채우지 못한 채 출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베링해에서 침몰한 501 오룡호처럼 자격 미달자가 선장을 맡는 등 필수 선원을 제대로 태우지 않고 조업했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 수사2과는 22일 국내 원양어선 54개 선사, 선박 311척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50개 선사, 선박 172척이 선박직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선주와 선사 대표 등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원양어선 중에는 통신장을 태우지 않은 채 출항한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장은 무선으로 선박ㆍ육지와 연락을 주고받는 역할을 맡는다. 200t 이상 선박은 통신사 자격을 가진 선원을 반드시 태워야 하지만 대부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선사들은 선장 자격이 없는 직원에게 선장을 역할을 맡기거나 직원들이 질병 등을 이유로 배에서 내렸을 때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 갱신을 하지 않아 무자격인 상태로 배에 탄 선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법에서 정한 승무 기준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지만 선원을 태웠을 때의 인건비보다 싼 탓에 벌금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와 선주들은 경찰 조사에서 “구인난으로 필수 선원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정창석 부산경찰청 수사2과 계장은 “필수 선원을 채우지 못하면 오룡호 같은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다”며 “처벌 수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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