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부산항에" 운전기사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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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운송 거부로 부산항의 기능 마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시민들이 부산항 살리기에 직접 나섰다.

화물운송 거부 사태가 계속되면 세계 3위의 컨테이너항인 부산항이 3류항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화물연대 측의 운송거부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일반 시민들은 반상회 등을 통해 운행 거부 운전기사들을 설득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화물연대가 집회를 열고 있는 부산대와 화물연대의 홈페이지에는 운행 거부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의 글도 올라온다.

부산시민단체대표자협의회(공동의장 김희로.김정각.김수옥)는 14일 오후 3시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중단을 촉구했다.

대표자협의회는 "부산항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화물연대의 장기간 운송거부는 옳지 못하고 즉각 현업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중앙정부와 부산시, 시민단체.화물연대 대표 등이 참여하는 '화물운송 긴급대책위원회'구성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화물운송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 측은 운송거부 사태가 이번주 중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대표단을 구성, 화물연대 설득에 직접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 협의회는 부산을 가꾸는 모임.우리물산장려운동.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등 40여 시민.환경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시민단체 협의기구다.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도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과 운송거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연대 박인호 상임의장은 "외국 선박들이 중국.일본 등 다른 항구로 옮겨가고 있다"며 "부산항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모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던 부산경제에 타격을 줘 그 여파가 시민가계에 미치게 된다"고 걱정했다. 부산시의회도 14일 본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부산시도 이날 "화물연대는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화물연대 회원들이 본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설득해달라"는 시장 명의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시는 지난 13일 열린 임시 반상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피땀 흘려 쌓은 부산항의 기능과 명성을 경쟁국에 빼앗길 수 없다"며 "부산항 기능 회복과 화물운송 정상화를 위해 화물연대가 작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하자"고 호소했다.

반상회에 참석한 주부 이명숙(43.연제구 연산3동)씨는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나라 경제가 망가져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산항 마비 장기화를 걱정하는 네티즌도 늘고 있다. 부산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재학생 정모군은 "이 세상에는 그들보다 더 힘없는 약자도 있지만 단체가 될 수 없기에 권리를 찾지 못하고 약자로 남아 있다. 다들 이런 식이라면 너무 혼란스러워질 것 같다"며 운송 거부를 반대했다.

'열받은 백수'라는 네티즌은 화물연대 홈페이지(kcwf. jinbo. net/hwamul)에서 "부산항이 진정한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로 자리잡으려면 자동물류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환자들이 죽어가는데 돈만 걱정하는 의사들이나 화물차 아저씨들이나 똑같다"고 지적했다.

'****'라는 네티즌은 '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라는 글을 통해 "웬만큼 이뤄지면 파업을 푸셔야지 무슨 나라 망칠일 있습니까? 어차피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피해는 여러분께 돌아갑니다"라며 현업 복귀를 호소했다.

부산=허상천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박인호 부산경제가꾸기시민연대 공동회장(왼쪽에서 둘째)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14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 운송 거부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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