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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은『가난한 이웃』위해 써야한다"|한국교회의 헌금실태·재정운영상태등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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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교회의 우상은 「돈」이다. 목회자들의 설교에 연보가 너무 강조되고 있다. 하느님께 바친 성스러운 헌금이 비성서적인 호사스런 교회치장등에 남용되고있다.』 교회개혁을 갈망하는 기독교신자들의 부르짖음 속에서 분출된 헌금, 교회재정운영등에 대한 비판이다. 헌금의 비리및 「하느님 사업」을 외면한 교회재정운영의 시정이 지난해부터 각 방면으로 검토돼온 선교1백년을 맞는 한국교회갱신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됐다.
과연 한국교회의 1년 헌금수입은 얼마나될까. 전택부장로(YMCA명예총무)의 조사분석에 따르면 올해 한국교회의 총헌금수입은 4천3백99억원으로 추정됐다. 최근 한국장로협의회와 한국기독교 신도연맹은 세미나를 통해 이같은 엄청난 액수의 헌금이 가난한 이웃의 구제등은 외면한채 허영적 교회팽창주의, 낭비적 교회사치등에 주로 쓰이는 현실을 바로잡으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평신도들의 교회개혁 열망을 담은 세미나·심포지엄등에 나타난 헌금, 교회치장, 교회재정운영의 실상과 시정방향을 알아본다. <이각윤기자>

<교회재정>
올해 한국교회(개신교)의 총 헌금수입은 4천3백99억원으로 추산되고있다. 이같은 헌금액은 서울시내 43개교회예산및 결산서를 수집, 분석한걸과 평균 78, 79년에 비해 82, 83년의 규모가 3백31%나 증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79년도 한국교회재정 추정액 1천3백29억×3·3으로 계산한것이다.
79년의 교회헌금수입액을 국가예산과 비교할때 막대한 사회복지사업비를 갖는 보사부예산의 4배가 되고, 정부 총교육예산의 15·4%나 됐다는것이다.
교회예산의 팽창 역시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초고속교세성장과 함께 국가예산 증가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교회재정의 핵심을 이루는 헌금수입액이 이보다 더 많을것으로 추정하기도한다.
서울의 경우 교회수가 지난해 6윌말현재 그 흔한 다방(5천30여개)보다 더 많은 5천2백95개로 집계돼있다. 세계 최대 단일교회를 자랑하는 S교회의 올해예산은 1백20억원-.
이같은 서울의 예로 미루어볼때 한국교회의 총 재정규모는 훨씬 더 큰것일수도있다.
교회재정의 문제는 액수가 엄청나다는데 있는게 아니다. 우선 대내적으론 전근대적·비합리적 관리, 교회당건축비의 과중, 원칙없는 각양각색의 편성등이 중요 문제점들이다.
대외적으로는 교단·교회연합사업등을 경시한 개교회주의, 농어촌교회·나환자사업비등의 전무, 사업의 다양화를 따를 재정의 통일성결여로 인한 혼란, 연합기관(성서공회·기독교서회등)보조비 삭제등으로 과거와는 달리 재정상의 교회연합 정신을 아주 경시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적절한 기준양식도 없는채 구구각색의 항목으로 재정의 상당부분이 낭비되고 있는 점이다.

<시정방향>
헌금의 액수가 아무리 많아도 좋다. 교활한 헌금각출방법이 끝없이 발전해도 좋다.
문제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바치는 신도들의 선금이 하느님 백성의 사업을 위해 옳게 쓰이고 있느냐는것이다.
막대한 현금의 교회재정은 우선적으로 가난한 이웃, 병든 경제를 위해 쓰이는게 마땅하다.
개인과 사회를 포함한 모든 인간구원사업에 투입돼야하는게 교회 헌금의 본질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재정현실은 가난한 농·어촌교회의 지원계정이 전무한 실정이고 인간구원을 의한 봉사회복지사업비 항목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것이다.
비서실장직의 장로가 문을 여닫아주는 정부국무위원급의 고급승용차에 몸을 기대고 종교귀족의 호텔예배를 인도하는 위대한(?) 목회자는 볼수있어도 성도와함께 예배당안의 강대상을 닦고, 의자밑의 붙은 껌조각이나 휴지등을 깨끗이하는 오역자상은 회귀할 뿐이다.
과욕앞에 멍들고있는 교회강단의 화려한 장식은 이제 교회담벽에 어지럽게 붙은 포스터·낙서와 기울어진 담벽을 바로잡는 성스러운 행동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역자들은 물질적 어려움속에서도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가져주어야겠다는게 기독교평신도들의 간곡한 요망이다.
하느님의 몸된 교회는 마땅히 아름답게 꾸며져야한다. 그러나 교회와 교역자의 과분한 호사가 사회의 비난대상이 되는것은 피해야될것이다.
교회헌금은 이제 「하느님 영광」의 본뜻에 입각, 종목을 단순화하고 국가조세 같은 의무감의 강요를 하루속히 없애야한다.
모든 교회재정은 연보의 본래목적인 희생과 봉사를 밑바탕으로 한 구제에 우선적으로 쓰여져야 한다.
하느님께 바치는 헌금은 모자라는 자를 돕기위한 부조라는 본래의 뜻을 새삼 되새겨 팽창주의적 성장추구에서 빚어진 비리를 청산하고 성장의 양을 뒷받침해줄 질적인 선교사업 수행에 쓰여져야겠다는게 절대다수의 기독인과 사회의 간절한 여망이다.

<실태>
한국교회의 헌금은 무려 38종이나 된다. 국가세금 종류(27종)보다도 훨씬 많다.
기독교신도연맹 심포지엄에서 밝혀진 현금의 명칭은 주일 월정 선교 교육진홍 수리 난방 구역 생일 구호 현신 양수기 부흥회 해방주일 성회 사회봉사 6·25기념 사랑 목적 특별목적 성의 특별집회 대지 심방 사택 장학세례교인부담 봉사 무정 3·1절 성탄 부활절 교회절기헌금등 아주 다양하다.
「십일조」로 대표되는 각종 헌금의 가장큰 비리는 교인들에게 세금성격의 의무감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헌금봉투에 이름을 적어내게해 직접·간접(교회주보등에 게재)으로 공개해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세째는 신유의 치병이나 기복을 팔고사는 식으로 헌금을 거둬들이는 수탈행위.
『오른손이 하는것을 왼손이 모르게하라』(마태복음6장3∼4절)는 성서의 가르침을 외면한 공개헌금이나 성서적 근거를 전혀 찾을수없는 인간고안의 헌금다양화. 헌금갹출 방법등은 크게 참회해야할 타락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마음은 너무나도 헌금에 집착해있다. 부흥회강사들이 신유나 축복이란 이름으로 신도들의 감정을 흥분시켜 헌금을 수탈하는 사례는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장로협의회 주제발표자들의 교회헌금 현실에대한 비판이다.
교회를 새로 크게짓고, 기도원을 세우고, 공원묘지를 마련하고, 조명시설·전자오르간설치등 끝없는 욕망을 위해 강요되는 더많은, 더많은 헌금-.
월 6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 K교회신자는 확장·신축하는 교회건립특별헌금으로 1백20만원을 냈다는것이다.
헌금을 많이 모아준 초청강사는 강사료 이외의 보너스로 양복한벌을 마춰주기도한다. 기독교계 일각의 성령·심령·병고침등의 접두사를 붙인 갖가지 부흥회는 「헌금 우려내기대회」라는 비판마저 없지않다.

<교회치장>
행인들의 시각을 압도하는 연건평 1만평규모의 서울 영동 C교회 대성전 건립공사-.
오는 8월말 준공을 서두르는 이교회는 공사비만도 1백20여억원이 투입됐다. 논현동 한복판 금싸라기땅 6천평의 대지에 당당한 위용을 드려낸 C교회는 동시 7천평의 신자가 예배를 볼수있는 좌석을 갖추었다.
최근의 미국 크리스천 라이프지 선경 세계 10대교회중에(신자수)는 서울여의도S교회와 중구의 Y교회가 각각 제1위, 제6위를 차지했다.
「세계·동양·한국교회제일」을 다투는 한국교회의 경쟁적 교회건축과 신도수 확장의 「팽창」을 실감케하는 단적인 예들이다.
신자수, 교회예산을 충분히 고려치못한 C교회건축은 오랫동안 적잖은 진통을 겪기도 한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성구제작사는 4백50만원짜리 강대상을 제작, 모교회에 판매했다는것이다. 시골에 교회1개를 세울만한 액수다.
강단에 특수조명장치를 시설, 안면과 뒤에서 성령(?)의 빛이 발하는 느낌을 주어 설교자(목사)를 카리스마적 존재로 부각시키는 사치성 교회장식도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의 모교회는 전자오르간을 파이프 오르간으로 위장. 과시하려고 플래스틱파이프에 금색을 칠해 강단뒤를 장식했다.
이같은 허영과 명예의 대외용 교회장식이나 성전건립은 한국교회의 달갑지 못한 추세다.
교회의 신성성은 돈으로 경쟁하는 장식이나 규모보다는 몸과 행동으로 하느님 백성의 사명을 얼마나 더 잘 수행하느냐에 달려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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