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현실의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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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이너스 물가」운운하는 마당에 집세는 최근 1년 동안 16·4%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에 평균소비자 물가는 3·8%밖에 오르지 않은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여간 많이 오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기사가 나간 뒤 친구 하나는 전화를 걸어와『왜 그런 엉터리기사를 쓰느냐』 는 꾸지람을 해왔다. 세상물정 좀 알고 쓰라는 충고였다.
한참을 전화기를 붙들고 내가 아는 지식(?)을 동원해서 설명을 해댔다. 우선『정부도 그전과는 달라서 최소한 통계를 조작하는 일은 없다』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중치가 어떻고 집세 계산방법의 특수성에 이르기까지….
안통 했다. 어쨌든 현실파 너무 동떨어진 통계숫자가 아니냐는 반문이었다. 하기야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 친구, 작년 이맘때 7백만원에 들었던 전셋집을 지난달에 1년 기한이 돌아와 1천4백만원에 똑같은 아파트로 이사했던 친구니까.
아무리 고차원적인 이론을 동원해도 그로서는16·4%가 아닌 1백%가 올랐다는 주장을 굽힐리 없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금년 들어서는 그래도 집세통계방식이 크게 개선되어 있는 셈이다. 정부가 고의적으로 통계를 조작 할 리는 만무한 일이지만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엉망이었다.
집세를 조사한다는 대상이 전국의「집」중에서 단독주택1천1백 가구만을 골라서, 그것도 2평 짜리 방 한 칸에 부엌 1개 달린 집만을 대상으로 해서 집세의 등락이 어떻고 해 왔으니 말이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이점을 시인하여 금년 초부터는 조사대상에 아파트나 연립주택을 집어넣고 조사시기도 종전에는 3개월에 1번씩 하던 것을 매달하기로 바꾸었다.
아마도 이 같은 통계방법의 개선이 최근의 집세상승률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이라는 점이 관계당국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세의 등락은 현실과의 거리를 구조적으로 어찌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전세가 올랐다고 해서 바로 그것이 전세 값 통계에 잡히는 것이 아니고 그 당시 이사했던 가구의 전세 값 인상부담을 전체 임대 가구로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가 이럴진대 물가통계에 아얘 잡히지도 않는 땅값이나 집 값은 도대체 얼마나 올랐을까.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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