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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비용, 국가가 부담해야 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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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무렴 단체장들이 관련 법과 그 취지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오히려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지역의 형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 전국의 지방정부는 심각한 재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대부분 지역이 경제활동인구의 지속적인 유출과 극심한 저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급증하는 고령 인구와 영세민 등에 대한 복지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문화와 교육 예산 수요도 끝이 없다. 전국 지자체를 통틀어 7조원에 불과한 자율재원은 이런 사업들을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지방선거 비용과 지방의원 유급화에 따른 1조원의 예산을 짜내라는 것은 누가 봐도 가혹한 처사다. 그것은 지역 주민을 위한 각종 사업들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게 뻔하다. 중앙정부와 국회의원.자치단체장 모두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이기에 예상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막아야 할 책임이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사실 완전한 지방자치제의 전제조건은 지방 재원의 획기적 개선이 우선이다. 아직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 대 2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비정상적이다. 이미 외국의 경우 6 대 4 또는 5 대 5의 비율로 재원 배분이 이뤄지고 있다. 종합토지세만 하더라도 중앙정부가 지방세의 세수를 침범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예산 규모가 큰 지자체의 자체 사업에 어떤 형태로든 국고를 보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의 재원구조로는 지방의 자체 사업일지라도 도로나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국비 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정적 종속성은 우리의 자치가 아직 중앙집권적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선거 및 지방정치 발전을 위한 추가 비용 역시 사회발전을 위한 간접자본으로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국가가 부담하여 작금의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는 것이 현 상황에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지방정부가 정치권의 정책전환 의지를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실현 가능성과 지역 사정을 도외시한 선언적이고 생색내기용 정책은 곤란하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뜻에 역행하고 있는지, 또는 현실은 어떠한지를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실제로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도 국민의 75%는 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앙정치권은 공직선거법 개정 때 회의록까지 비공개로 묶어 놓고 처리해버렸다. 정치권은 '국민의 소리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비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조충훈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순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