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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금통위원, 막판 '콜금리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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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다 내년 이후 경기 회복세가 완연할 것이므로 콜금리를 올려야 한다."(김태동 금통위원)

"(아니다) 현재 물가 상승의 우려가 없는 만큼 콜금리를 동결해야 한다."(이덕훈 금통위원)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김.이 두 위원의 논리 싸움이 불꽃 튀게 전개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원 중 두 위원은 금리정책에 대해 찬반의 상반된 목소리를 노골적으로 외부에 공개해 왔다. 따라서 두 사람의 논리 싸움에서 어느 쪽이 기세를 잡느냐에 따라 중간 지대에서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나머지 위원들의 의사 결정도 좌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집행부를 대표하는 박승 총재와 이성태 부총재는 이미 콜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태. 하지만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는 박 총재가 어느 한쪽으로 분위기를 몰고가기는 곤란한 만큼 한은 집행부는 김태동 위원의 선전을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금통위의 홍일점인 이성남 위원도 시장의 흐름을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상론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이덕훈 위원은 강문수.김종창.이성남 등 세 명의 위원 중 한 명의 이탈자도 나오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태동 위원은 지난 8월 23일 한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실명으로 기록했다. 그는 "주택과 토지 가격 폭등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부동산 폭등은) 설비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투자를 해외로 돌리게 한다. 막대한 자본 이득을 얻은 일부 소득층이 국내 소비 대신 해외 소비를 늘리면서 성장률을 낮추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8월 금통위에서도 그는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예정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나 토지 가격의 거품이 축소되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몰고올 잠재성장률 훼손 및 금융시장 불안정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재차 콜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반해 이덕훈 위원은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콜금리 동결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지난 6일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그는 "중앙은행은 국회에서 정해준 법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타깃(목표)으로 삼아야 한다"며 "한은은 지난 1년여 동안 고유가 등 비용적인 면에서 상당한 위협이 있었음에도 물가에 관한 한 완벽한 방어를 해 왔다"고 강조했다.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 범위 안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콜금리를 올리는 것은 명분 없는 행보라는 게 이 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경기 회복이 보다 분명해진 뒤 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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