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쇼트트랙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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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남자 3000m에서 우승한 미국의 안톤 오노가 주먹을 쥐고 기뻐하는 가운데 2, 3위로 들어온 안현수와 이호석의 힘들어 하는 표정이 대조적이다. [연합뉴스]

한국이 2005~2006 월드컵 쇼트트랙 2차 대회 마지막 날에 두 개의 금메달을 추가해 주최국의 체면을 간신히 살렸다.

한국은 9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대회 여자 개인 3000m 결승에서 변천사(신목고)가 6분9초377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남자 5000m 계주에서 안현수(한체대).이호석.서호진(이상 경희대).송석우(전북도청)가 6분47초235로 중국(6분47초696)과 캐나다(6분48초068)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걸린 10개의 금메달 중 3개를 따냈지만 실패작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딴 금 3개도 적은 숫자지만, 그나마 여자 3000m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겨울올림픽(내년 2월.토리노)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자부에서는 중국의 독주를 막지 못했고, 남자부에서도 간판 안현수가 미국의 안톤 오노에게 힘과 기술에서 밀렸다.

중국은 에이스 왕멍이 500m와 1000m에서 우승한 데 이어 3000m 계주까지 월등한 실력으로 석권, 3관왕에 올랐다. 또 은퇴 후 2년 만에 복귀한 양양A도 1500m에서 우승하면서 경쟁국인 한국 선수들을 압도했다.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안현수는 이날 1000m 결승에서 이호석과 함께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오노(1분27초452)와 중국의 리자준(1분27초246)에 이어 3위(1분27초833)에 그쳤다. 오노는 3000m에서도 안현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참가한 남자 선수 중 종합점수도 가장 높아 개인종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은 지난해 11월 코칭스태프의 지도에 불만을 갖고 태릉선수촌을 이탈해 훈련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 코치들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선수 학부형들이 특정 코치를 거부해 교체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와 선수 및 학부모, 빙상연맹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박세우 여자대표팀 코치는 "부상 선수가 많아 본격적인 체력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남은 기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명규 전 국가대표 감독은 "지금 상태로는 중국 여자선수들을 당할 수 없다. 남자도 안현수가 오노를 이기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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