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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부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떡 벌어진 어깨에 둔부가 헐렁한 짧은 바지. 최근 몇 년간 한국 여성의 의상패션으로 주류를 이룬 모드다.
이름하여 빅 루크(Big look)풍. 여기에는 별명도 많다. 역삼각형, 해적풍, T자형등. 심지어는 일제말기에 유행하던 「몸빼」를 연상하는 노장도 많다.
지금 세계의 여생패션은 이 빅 루크풍의 퇴조를 예고한다.
대신 6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미니스커트의 화려한 부활이 예상된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미 작년부터 파리의 패션가에서는 저명 디자이너들이 의상발표회 때마다 미니 스커트를 주테마로 내세웠다. 미니 부활의 팡파르가 울린 것이다.
선구자는 역시 「피에르·카르댕」. 그는 벌써 81년 컬렉션에서 무릎위 5∼8cm까지 올라가는 미니를 선보여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카르댕」 이전에 이미 뉴욕에서는 납작한 밑창 구두에 갖가지 색깔의 타이츠를 받쳐 입는 미니스커트가 유행되고 있었다.
도오꾜 거리의 진열장에도 미니 스커트가 등장, 소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제 미니는대류행의 폭풍전야와도 같은 상황에 와 있다.
왜 미니가 다시 등장할까. 최근 2년간 유명 디자이너들은 여생복패션의 주안점을 「섹시한 모습」에 두었다. 작년 봄의 파리모드계에 등장한 의상은 섹시함을 넘어 에로틱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초미니와 등이 깊게 파인 롱 드레스. 여성의 몸매를 감추는 해적풍의 옷에서 몸의 곡선을 드러내는 모드로 환원된 셈이다.
디자이너 「이마누엘·융가로」는 말한다. 『올해 유행할 옷은 여성의 몸을 애무하고 감싸는 듯한 남성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한 옷이 될 것이다』. 여권논자가 들르면 화낼 일이겠으나 어쨌든 유행은 그렇게 돌아간다는 말이다.
미니 부활의 배경을 설명하는또 한가지 유력한 설이 바로 세계 경기의 회복.
1967년 세계 경기가 활황일 때 미니 스커트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치솟았다. 그것이 70년대 전후 오일 쇼크와 함께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스커트 길이는 내려오기 시작, 맥시풍이 휩쓸었다.
80년대 들어서서 경기회복의 싹이 보이자 다시 미니 부활이 예고되는 것이다. 먼데까지 갈 것 없이 바로 일본여성들의 옷 길이가 그랬다.
일본 매스컴의 부연설명인 즉, 경기가 회복되면 여성의 직장진출이 늘어 「강한 여성」을 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는 자기개성에 맞게 옷을 입는 자유복장시대니 만큼 미니의 유행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치마 기장이야 어찌됐든, 경기 회복의 전조라도 되었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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