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의 '한총련 판결' 존중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대법원이 또 다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이적단체라고 판결했다. 연방제 통일방안을 삭제하는 등 강령을 일부 온건하게 개정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한총련 일부 강령 삭제가 남북관계 등 여건 변화에 적응키 위한 부득이한 조치거나 합법단체로 인정받아 자유로운 활동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새 정부 출범 후 한총련 학생 수배해제와 한총련의 합법화 논의가 활발해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수배해제를 모색해온 정부나 합법화를 시도하는 한총련 조직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총련 구제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의 관심 아래 수배해제를 위한 법률 검토와 함께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배학생 가족을 만났다.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못하는 대학생을 구제하려는 의도는 이해하면서도 일방적인 정부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여론도 적잖았다.

정부는 이제 한총련 문제를 원점에서 새로 검토해야 한다.'수배 해제와 이적단체 판결은 별개 아니냐'는 강금실 법무장관의 발언은 잘못이다.

법치국가에서 대법원 판결이 무시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특히 법무장관은 국법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주무장관이 아닌가. 아울러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대법원 판결을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적 판단'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용납될 수 없다.

대법원의 지적대로 한총련이 근본적으로 변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을 친미 예속 식민지 파쇼 정권으로 규정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민중민주주의 실현을 주장한 강령.규약을 삭제.개정해야 한다.

출범식에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과 같은 여론몰이성 외형 변화로는 합법화는 요원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총련 합법화를 바라는 시민단체와 대학 관계자들도 정부에 문제해결을 촉구하기에 앞서 한총련이 먼저 바뀌도록 이끄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