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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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로야구의 열풍이 몰아치면서 국내스프츠가 새로운 요동과 진통을 겪고 있다. 무슨 일이든 출발과정에서, 또 초기에는 갖가지 진통과 시행착오, 그리고 어떤 혼돈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이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프로시대의 소란과 부작용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안겨준다.
하기는 프로야구가 발족을 서두를 때부터 국내스포츠계에선 거센 반론이 일어 났었다. 올림픽을 유치해 놓은 마당에 프로의 물결이 아마스포츠의 육성을 가로막고 자라는 새싹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앞선 때문이다. 이런 기우에 아랑곳 하지 않고 프로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의외로 빨리 선풍을 몰고 갔다.
스포츠의 매력은 두말할 것 없이 보는 사람을 걷잡을 수 없는 열광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흥분적인 요소에 있다. 고도의 기술로 명승부를 펼치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엾다. 그러나 이 홍분의 도가 지나치고 규범을 따르는 이성이 무너질 때 추한몰골을 드러내게 된다.
그 하나의 본보기가 바로 지난1일 프로야구경기에서 발생한 폭력불상사다. 많은 팬들의 이목이 쏠려 있던 게임이고 열기가 높았기에 그 충격파는 심각하기만 하다. 순항중이던 프로야구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이번 사건은 판정시비에서 폭행, 그리고 구속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그 잘잘못을 따지기전에 경기를 하는 사람이나 운영하는 사람이나 관전하는 사람이나 프로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부족했음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갑자기 몰아닥친 프로열기의 수용태세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프로에 대한 소화불량상태에 있는지도 모른다.
자제를 모르고 극한으로 치닫는 「과열」도 그렇고 경기중에 일어나는 감정을 여과할 여유와 융통성, 게임을 무리없이 이끌어 가는 유연성도 없다. 항의를 하더라도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다. 어떤 충돌과 마찰이 생기더라도 절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심판도 프로다운 연기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프로스포츠다.
미국이나 일본의 프로야구에서 보듯이 감독과 심판의 다툼은 관전자의 흥미를 더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관중을 의식할줄 모르는 프로선수·프로감독·프로심판은 한마디로프로무자격자들이다.
프로의 본질을 잊은채 프로의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다.
프로스포츠를 보는 눈드 고려의 여지가 있다. 거액의 돈을 걸어놓고 피를 흘리는「링의 사투」를 보면서 국가위신·국민감정을 내세운다면 그야말로 우스꽝스런 일이다. 직업선수들이 겨루는 「다이어먼드의 게임」에서 사회도의만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프로야구는 국민체육진흥이 아니라 국민오락의 차원에서 보는편이 바람직한지도 모른다.
폭행감독의 형사입건 구속이라는 프로스포츠의 한 단면을 보면서 프로에 대한 올바른 식견을 가져야겠다는 느낌이 든다.

<이태영 부국장대우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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