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당사자의 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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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기역 심판위원장=너무나 엄청난 충격이다.
폭행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로서 그리고 심판장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지난1일밤 강동경찰서에서 김동앙 주심, 김진영 감독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나는 이 자리에서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요청했고 김감독에 대한 일체의 처벌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수차 밝혔다. 그라운드에서의 심판판정과 관련하여 구속되는 사태가 일어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영원히 추방돼야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일어난 일은 그라운드에서 해결했으면 한다.
심판장으로서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 한번 야구팬에게 머리숙여 사과한다.
▲김동앙심판(당시 주심)=누구보다도 괴롭다. 오늘(3일) 해태와 OB의 경기에 심판을 보기 위해 광주에 내려와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어제 밤잠을 설쳤다.
서로 잘해보려고 최선을 다한 것이 오히려 이같은 불상사를 빚고, 급기야는 구속되는 사태로까지 비화될 줄은 천만 뜻밖이다. 지금심정 같아서는 심판직을 떠나고 싶을 따름이다.
승부를건 프로야구세계에선 순간적인 흥분으로 사소한 시비나 다툼은 왕왕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이날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경기가 과열돼 있던 데다 상황이 미묘하게 벌어져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보아 이해할만 했다.
평소 김감독의 성품을 익히 알고있는 나로서는 김감독의 어필과 항의가 결코 부당한 것은 아니었다고 믿고 있고, 그것은 오히려 김감독을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 내게 불찰이 있었음을 솔직이 시인하고 싶다. 이점에선 경찰조사에서도 분명히 밝혔었다.
그렇지만 당시 나의 판정엔 추호의 잘못된게 없었다고 본다.
아뭏든 야구선배인 김감독이 어서빨리 풀려나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나 환히 웃을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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