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과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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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구는 특히 지능게임이다. 우선 투수의 변화구가 그야말로 변화무상해 타자도, 그뒤의 심판도 긴장한다.
프로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의 메이저 리그에서도 10년 관록의 심판이 한 게임에 10회 정도의 스트라이크오판을 하는 것은 예사인 모양이다. 때때로 그것은 시비를 빚기도 한다. 요즘도 미국 프로야구의 하이라이트 방영중엔 감독과 심판, 선수와 선수끼리 삿대질하는 광경이 촌극처럼 소개된다. 그 정도가 아니라 치고 받는 폭력사태도 있다.
미국이 그런다고 우리도 그러자는 얘기로 들으면 오해다. 프로의 세계에선 시비가 이처럼 병가상사라는 얘기다.
「스트라이크 존」이라는 것부터가 시비의 온상이다. 너클이니, 포크, 슈트, 슬라이더, 드롭등 요술을 부리는 볼은 치는 사람(배터)도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도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야구시합중엔 그런 순간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심판의 판정이 있고 나서 TV의 슬로비디오가 바로 그 장면을 비칠 때는 정반대의 상황이 목격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미 게임은 진행되고 있는 때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공정이다. 사실 이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선 심판의 자질이 문제다.
룰에 충실하면 명심판인가. 그렇진 않다. 룰도 중요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선 연출력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유독 야구심판을 「엄파이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재자란 뜻이다.
또 하나의 요구가 있다면 게임을 유려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한창 클라이맥스에 오른 경기를 뚝 끊어 버리면 그 경기는 프로로선 영점이다. 이런 일을 심간이나 감독은 잠시도 염두에서 빼놓아선 안된다. 때로는 불만도 감수해야 한다.
요즘 어느 프로야구팀의 감독이 폭력혐의로 구속된 사건만 해도 그렇다. 시비의 실마리가 된 심판의 판정 잘잘못은 전문가에게 맡기더라도, 수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독이 경기중 심판에게 폭언과 폭력을 서슴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 없는 추태다. 욕설의 생음이 TV에 까지 들렸다.
더구나 경기에 환호하던 어린이들의 눈에 그것이 어떻게 비쳤을지 민망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튿 날 수사관은 수갑을 갖고 경기장의 덕아우트로 들어가 문제의 감독을 체포하려고 했다. TV중계가 안되길 천만다행이다. 도망갈리도, 증거를 없앨 리도 없는 사람을 꼭 그렇게 붙들어 가야할 긴급 사유라도 있었을까.
결국 어느 쪽도 팬들의 눈엔 모두 판정 실격으로 보인다. 모처럼 국민들의 재미를 돋우던 프로야구인데, 그 맥락을 싱싱하게 이어주는 측면에서 사리분별이 되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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