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감동의 힘, 가족이 막장보다 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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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아버지 차순봉(유동근?왼쪽 셋째)의 미혼·기혼 자녀, 그리고 차순봉의 누이와 그 딸 부부까지 모두 한집에 산다. 차순봉이 암을 앓는 사실을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 자식들이 이를 알고도 아버지에게 모르는 척 해온 상황이 또 다른 극적 줄기다. [사진 KBS]

외로운 사회다. 전체 가구의 절반 가량이 1~2인 가구(통계청, 2010년 기준)다. 자식이 있어도 하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가족 사이에 생판 모르는 남만도 못한 끔찍한 사건이 종종 벌어지는 시대다. 그 반작용일까. TV에선 가족, 특히 여러 식구가 한집에 복작대는 가족의 인기가 여전하다. 요즘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가족끼리 왜 이래’를 비롯, ‘가족’에 방점 찍은 KBS2 주말드라마의 시청률 고공행진이 좋은 예다.

 이는 닐슨코리아가 최근 10년간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드라마를 집계한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상위 20편 가운데 8편이 KBS2 주말드라마다. 2014년 초 ‘왕가네 식구들’(48.3%), 2013년 ‘내 딸 서영이’(47.6%),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45.3%) 등 8편 모두 최고 시청률 40%를 넘어섰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KBS2 주말드라마는 조부모·부모·자식 등 3대나 고모·이모까지 인간관계가 다양하게 얽혀있어 누구나 자기 입장을 투영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다른 채널, 다른 드라마에 비해 막장 요소가 적은 것도 특징”이라 지적한다.

 현재 방송 중인 ‘가족끼리 왜 이래’도 그렇다.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삼남매를 키운 아버지 차순봉(유동근)이 이기적인 자식들에게 ‘불효소송’을 제기한다는 극적 장치를 도입하긴 했지만, 매회의 이야기는 극한적 대립과는 거리가 있다. 가족 각자 결혼이나 일 때문에, 또는 가족 간에 겪는 소소한 갈등과 화해가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주는 웃음을 가미해 그려진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씨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라는)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주제를 전면에 끌어낸 데다 코믹 요소로 부담을 덜어준 것이 시청률 상승 요인”이라며 “가족이란 가치가 많이 훼손된 최근에 가족의 원형과 소중함을 다시 복원하고자 하는 욕구도 반영됐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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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정석희씨 역시 “시대의 화두라 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를 감동과 코믹 요소로 조화롭게 풀어내 쉽게 공감을 산다”며 “원래 중장년층이 고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오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등으로 ‘다시보기’를 즐기는 젊은층과 달리 주로 본방을 보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드라마가 시청률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닐슨코리아가 ‘가족끼리 왜 이래’의 연령별 시청률(11일 방송 기준)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50대·40대·30대·10대·20대 순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MBC ‘왔다! 장보리’ 역시 큰 화제가 된 주말드라마였지만 40%(닐슨코리아)는 넘지 못했다.

 KBS 정성효 CP는 “주말드라마는 가족끼리 밥을 먹으며, 또는 식사 이후 같이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밝고 가벼운 분위기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특히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과하지 않으면서 가족애를 환기시키는 소재가 주효하다”고 말했다. 건국대 황용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극단화되면서 심리적 피로감·불안감이 만연한 시대에 가족은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소재”라며 “이런 주말드라마는 가족 대화의 소재를 제공하는 ‘가족 미디어’로서 전통적 TV시청문화를 복구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남·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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