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급 핵기밀 미국으로 넘어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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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러시아의 1급 핵 기밀을 죄다 알고 있는 인물이 미국으로 인도될 처지에 놓여 있다. 주인공은 1998~2001년 러시아 원자력부 장관을 지낸 예브게니 아다모프(65.사진).

그는 미국이 1990년대에 러시아에 핵시설 안전조치를 개선하라며 제공한 돈 가운데 900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스위스에서 체포돼 현재 베른의 한 감옥에 갇혀 있다. 스위스 법원은 3일 아다모프를 미국에 넘겨주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아다모프가 미국 측과 협상해 스스로 미국을 택할 가능성이 있어 러시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6일 아다모프의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몇몇 조건만 보장되면 그가 제 발로 미국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다모프는 5월 2일 그의 딸이 피소된 돈세탁 관련 재판에서 증언하기 위해 베른에 왔다 체포됐다. 미국은 그가 미국 돈을 횡령했다며 미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그가 장관 시절 공금을 착복했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로 보내 달라고 했다. 러시아와 핵 거래를 했던 다른 나라 정보당국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다모프가 갖고 있는 정보의 파괴력 때문이다.

크렘린의 한 당국자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다모프가 러시아 핵시설 정보는 물론 인도.중국.이란과 맺은 핵 거래 계약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다모프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란의 부셰르 원전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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